[뉴스비타민] "문자 날리는 법 배워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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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일부터 3일간 울산여성회관이 개설한 교양강좌 '휴대전화 완전정복' 교실에 40~50대 주부 100여 명이 몰렸습니다. 정원이 20명뿐인데도요. 10일 강좌엔 수강신청을 채 하지 못한 사람까지 몰려와 강사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등 열기가 넘쳤습니다.

12일까지 매일 한 시간씩 열리는 이번 강좌에서는 휴대전화 제조회사의 기종별로 활용법을 설명합니다. 10일에는 삼성 애니콜, 11일에는 LG.SKY, 12일에는 기타 기종 소지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강의 자료엔 문자 메시지를 받아보고 보내기, 컬러링(전화 걸 때 들리는 노래) 내려받기, 사진 찍고 전송하기, 각종 노래 내려받기, 휴대전화 싸게 구입하는 요령 등 10여 가지가 빼곡히 정리돼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은 "'ㅠㅠ'가 '슬프거나 속상한 표정'을 나타낸다"는 등 이모티콘을 가르쳐 주자 "아하, 아하"를 연발했고,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문자 보내는 연습이 시작되자 "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확인버튼을 못 누르겠다"며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 공짜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속았을까봐 걱정되면 14일 안에 '114'만 누르면 공짜로 통신업체의 피해방지책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런게 있었느냐"며 반가워했습니다.

수강생 서모(44)씨는 "아이들에게 배우려 해봤지만 '봤지, 봤지'하더니 '엄마는 안 돼'라며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가더라"며 "자존심이 상해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이들에게 "배워서 어디에 쓰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바빠서 얘기하기 힘든 애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휴대전화 때문에 자녀들에게 괄시당하면서도 자녀 걱정뿐인 어머니의 마음을 이 땅의 아들 딸들이 알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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