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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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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려던 정부 방침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관투자가를 늘려 증시의 수급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연기금의 투자 원칙을 정해놓은 '기금관리기본법'은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단 개별 연기금이 각자의 기금 운용계획에 주식투자를 미리 포함시켜 국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주식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59개 연기금은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원칙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 자체를 꺼리고 있다. 현재 주식투자를 하는 연기금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 3곳뿐이다.

이런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기획예산처가 기금관리기본법의 원칙 금지 조항(3조3항)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운영위원회는 9일 이 조항을 폐지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정부는 2001년 12월에도 이 조항의 폐지를 추진했으나 국회 반대로 무산됐다.

연기금의 여유자금 중 주식투자에 들어가는 돈은 3.7%에 불과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연기금 여유자금의 최대 7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4일 증권거래소.투신협회.한국증권업협회 등 증권 관련 3개 기관장은 주식투자 금지 조항을 폐지해 줄 것을 국회에 공동 건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기금 여유자금 중 20조원가량이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안정적인 자금 수급과 지나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을 막기 위해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성식 제2정조위원장은 "국민연금 등 3대 연기금이 주식에 투자해 입은 손실이 수조원대에 이른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주식투자를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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