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올림픽서도 「금」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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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16회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1천m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빙상의 한(한)을 풀어준 「왕눈이」김기훈(김기훈 25·단국대대학원). 김은 전날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2일에도 알베르빌 오벌 링크에 나와 전과 다름없이 훈련에 여념이 없다.
반경 8·5m의 코너를 돌고 또 돌고 1시간동안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훈련을 계속한 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미 훈련이 끝난 외국선수·임원들은 몰아가는 차편을 포기한 채 연습장 주변에 둘러서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습장을 나서는 김을 「스포츠 초대석」에서 만났다.
-쾌거를 축하한다.
▲정말 기쁘다. 사실 비록 시범종목이긴 했으나 지난 캘거리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는 내가 올림픽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어리둥절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여유가 생겨선지(웃음)가슴속에서 북받치는 감격같은게 있었다.
-스스로 자기개발은 어떻게.
▲아버지와 함께 외국유명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비디오로 분석하고 그 방식을 역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하는데 기본적인 관점을 갖는다. 동양과 서양은 모든 것이 반대라는 평범한 속설에 따른 것으로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국내선수중 유일하게 서양식 스케이트신발을 신는다는데.
▲국내 대부분 선수들이 일본제 신발(3S)에서 네덜란드산 스케이트 날(바이킹)을 사용한다. 일본제 신발은 스케이트 날을 고정시키는 방식인데 나는 스케이트 날 위치를 이동시킬 수 있는 캐나다산 신발을 신는다.
장단점이 있으나 반응이 예민한 캐나다산 신발이 내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경기당일의 컨디션, 얼음의 질 등에 따라 스케이트 날 위치를 스스로 조절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또 그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게 내게는 좋다.
-장래 계획은.
▲94년 릴리하머(노르웨이)겨울올림픽까지는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 준호형(이준호를 지칭)의 경우 이번 대회가 아마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1천m 결승에서도 사실 은메달리스트인 블랙번이 나를 계속 추월하려하다가 준호형이 블랙번을 추월하려고 하니까 나를 포기하고 준호형 견제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89년 소피아유니버시아드 3관왕으로 병역특례혜택을 받아 오는 94년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해야하는데 때맞춰 릴리하머 올림픽까지 출전하고 나선 미국으로 유학, 지도자교육을 쌓고 싶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쇼트트랙 전망은.
▲앞으로 나와 모지수(모지수·단국대), 송재근(송재근·광문고)등이 대표팀을 끌고 나갈 것이고 상비군중에도 2∼3명 정도의 훌륭한 후배들이 있어 당분간은 세계 정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알베르빌=김인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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