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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희생자·유족 위로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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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주열사 32주기 추모제’가 9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고 우홍선씨의 부인 김순희씨(左)와 고 이수병씨의 부인 이정숙씨 등 유족들이 사형장 입구에서 오열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사법 행정을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자 합니다."

9일 오후 4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린 서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 잔디밭. 연단에 올라선 정진호 법무부 차관이 김성호 장관의 추모사를 대신 읽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의 공식 대표로서 추모사를 준비,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올 1월 법원의 재심 결과에 따라 30여 년간의 누명을 벗은 고인과 유족을 '공식적으로 위로하는 차원'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추도사에서 김 장관은 "국가도 과거의 잘못을 밝히고 사과함으로써 훼손된 국가 권력의 도덕성과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다"며 "아픈 과거를 용서와 화해로 극복하고 서로 힘을 합쳐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수병씨 등 8명은 1975년 4월 9일 대법원의 상고 기각 판결 뒤 18시간 만에 사형당했다. 검찰은 '고문 조작 등을 인정한다'며 항소하지 않았다.

32주기를 맞은 추모제는 여느 때와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참석자들도 이날만큼은 '투쟁가'와 '구호' 대신 화해와 감사의 메시지를 나눴다. 행사는 유족들이 32년 전 사형이 집행됐던 형장을 찾아 헌화하는 것으로 마감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기도문을 통해 "주님이 죽음을 이기고 부활했듯 인혁당의 누명 속에 사형수로 처형된 여덟 분 역시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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