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인형 작가 김영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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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년 넘게 독일 뮌헨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전통 닥종이로 만든 조형물, 인형으로 유럽 화단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김영희씨 (48). 그가 이번에는 자기가 쓴 자기 이야기-『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를 출간해 화제다.
책 제목은 그가 아이를 잘 낳아 (5남매) 키울 뿐 아니라 그가 만드는 인형들이 『창조라기보다는 출산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한 어느 평론가의 말에서 따온 것.
김씨는 78년 조선호텔, 79년 공간사랑에서의 전시회 등을 통해 닥종이를 소재로 한 한국적 서민의 삶의 애환이 담긴 익살스런 인형들을 선보여 한국 화단에 한차례 바람을 일으켰던 장본인.
그는 당시 남편과 사별한 후 2남1녀의 자녀에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서울 개봉동 20평 아 파트에서 예술과 생활 사이에서 힘겨운 투쟁을 하며 살아가는 35세의 여성이었다. 81년 주한독일문화원 (당시 원장 레히너)이 주선한 김씨의 독일 전시회는 그가 당시 14세 연하의 대학생이던 남편 토마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해 독일로 이주케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새 남편 사이에 다시 1남1녀를 더 낳아 5남매를 키우며 독일이란 이질적인 문화와 풍속 속에서도 그는 포대기로 아이를 싸 업고, 고급 식당에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등 자기 식의 생활 방식을 주장하고 고수한다.
이런 극적인 자신의 삶을 끼 많은 여자 (?) 김영희씨가 가감 없이 솔직하게 고백한 까닭에 이 책은 읽는 이에게 상당히 흥미롭고 감동을 준다.
『나는 내 인형을 슬프면 울면서 만들었고, 기쁘면 웃으면서, 돈이 없을 때는 한숨을 넣어 만들었다. 나는 삶 속에서 고통을 너무 많이 겪은 여자다. 그래서 내 예술 행위는 고뇌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고뇌에서 구원받고 싶은 것이 내 염원이다』고 그는 자신의 삶과 예술 작업을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독일에서의 생활 11년째인 그는 90년에 이어 오는 19∼29일 두번째 귀국전인 김영희 닥종이 조형전을 현대화랑에서 갖는다. 전시회 개막을 겸한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출판 기념회는 18일 오후 4시 현대화랑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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