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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계량기가 거꾸로?… 울산 태양광 마을 '돈 버는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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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 ‘해돋이 마을’에서 8일 장철수씨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온수급탕시스템을 작동하면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9593kWh, 9592kWh… 어, 전기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네."

8일 낮 12시쯤 울산 간절곶에서 고리 원자력발전소 쪽으로 바닷가를 따라 1km쯤 떨어진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 해돋이마을. 장철수(70)씨 집 대문 앞 전기계량기가 다른 동네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밤에는 계량기가 다른 동네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가다가 동이 트는 새벽부터 해가 지는 저녁까지는 거꾸로 돈다. 계량기가 고장난 것도 아니다. 2월 중순부터 태양광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으로 보내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햇빛이 있는 낮 동안 태양광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 한전으로 역송전하기 때문에 밤에 쓴 전기를 낮에 빼줘 계량기가 거꾸로 도는 것이다.

이웃집 이건일씨네도 지난달 12일 7943kWh를 가리켰던 계량기의 눈금이 20일엔 7930kWh로 내려갔다. 8일 동안 쓴 전력량보다 생산해서 한전으로 역전송한 전력량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씨는 2006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월평균 5만8946원씩 내던 전기료를 3월에는 67%(3만95361원) 줄어든 1만9410원만 부담했다. 장씨보다 한 달 먼저 태양광발전기를 가동한 이씨는 월평균 8만9114원씩이던 전기료가 2월엔 3만2190원으로 줄더니 3월엔 '0'원이었다.

이곳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에스에너지 측은 "해돋이 마을의 경우 원전 주변 지역이어서 정부가 매월 가구당 110kWh(1만3660원)까지 전기료를 감면해 주고 있지만 그게 아니어도 월사용량이 500kWh 이하인 가정의 경우 전기료가 80~90%까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해돋이마을 33가구 중 22가구가 3kW 규모(월 200~36kWh 생산)의 태양광발전기에다 250ℓ(경유 드럼 1.5통 분량)의 물을 60~90도로 끓여주는 태양열 온수급탕시스템을 갖췄다. 이들은 목욕.사워물을 따로 데울 필요가 없다. 이를 경유로 데우면 연간 83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울주군 관계자는 "전기료와 온수비용 절감을 합칠 경우 가구당 월 9만~15만원가량의 절감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온 '그린빌리지 10만 호 건설사업'에 따라 울산시에 처음 등장한 태양광 발전소 마을의 모습이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적으로는 7800여 가구가 이런 시설을 갖췄다. 마을 전체가 그린빌리지가 된 것은 해돋이마을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이르고 있다.

해돋이 마을의 경우 가구당 태양광 발전소 설치비 3700여만원 중 각 가구가 185만원(약 5%)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떠맡았다.

이 마을이 그린빌리지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입지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바닷가여서 일조량이 많은 데다 주택 전체가 남향이다. 또 옥상이 넓어 대형 집열판 설치가 가능했다.

여기에 이 일대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을 낀 관광지여서 교육.관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울주군의 판단도 한몫했다. 실제로 주민 대다수가 펜션.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장씨는 "공해 없는 그린빌리지로 알려지면서 펜션 이용자가 늘어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keyon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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