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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라이벌열전] ⑪ 커피 VS 녹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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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vs 차.'

둘 다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기호 식품이다. 국내에선 커피 소비량이 앞선다. 1인당 커피는 연간 360여 잔, 차는 200여 잔 마신다. 커피 중에선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커피가 85 대 15의 비율로 소비된다. 차는 녹차.우롱차.홍차 등이 있지만 국내에선 녹차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세 종류의 차는 발효 정도가 다를 뿐 모두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다.

커피는 서양인이, 차는 동양인이 즐겨 마신다. 커피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핀란드인이다. 이들은 1인당 매일 6잔가량(한국인은 하루 1잔) 마신다. 녹차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다(연간 0.9㎏, 한국인은 0.1㎏).

과거엔 모두 약으로 쓰였다는 점이 공통된다. 웰빙.건강 이미지에 있어선 차, 특히 녹차가 선점했다. 녹차의 카테킨 등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높은 흡연율에도 한국.일본인의 동맥경화.폐암 유병률이 서구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녹차 소비량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이 같은 '아시안 패러독스'의 비결로 녹차의 카테킨을 지목했다.

커피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겐산을 전면에 내세웠다. 클로로겐산은 차의 카테킨보다 항산화력이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커피가 2형(성인병) 당뇨병, 파킨슨병, 노인성 치매 예방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커피의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클로로겐산 덕분이란다.

맛의 다양성을 보면 역시 차다. 차의 카페인은 쓴맛, 카테킨은 떫은맛, 테아닌(아미노산의 일종)은 감칠맛을 낸다.

대구의료원 가정의학과 김여환 과장은 "차의 '숨은 보물'인 테아닌은 심신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추며, 학습능력을 높여줘 수험생에게 권할 만 하다"며 "차나무에서 첫 번째로 따는 잎으로 만든 우전에 테아닌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커피는 맛이 쓰다. 카페인과 트로고넬린이란 성분 때문이다. 카페인 함량에 있어선 커피가 한 수 위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카페인의 4분의 3을 커피에서 얻는다. 커피 한 잔당 카페인량은 50~75㎎. 차의 카페인 함량은 인스턴트 커피의 3분의 2수준이다.

동서식품 식품안전팀 김관중 박사는 "정신 집중을 위해 마신다면 차보다 커피가 낫다"며 "차엔 카페인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차의 카테킨이 카페인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테아닌이 카페인의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자기 전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커피를 많이 마시면 호흡이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빈속에 너무 진한 차를 마시면 카페인과 카테킨이 위 점막을 자극한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진한 세작(4월에 나오는 차)보다 중작(5월에 나오는 차)을 마시는 것이 좋다.

빈혈이 있는 사람은 차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 차의 타닌이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철분이 든 빈혈약이나 금속 성분이 함유된 위장약을 복용할 때는 30~60분 간격을 두고 차를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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