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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응급의료센터-40%가 출동 기피|적십자사 11개 곳 실태 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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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응급 환자의 신속한 후송과 치료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실시된 「129응급의료정보센터」가 해당 지정 병·의원들과 관계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1개 응급의료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가 최근 보사부에 제출한 「지난해 7월부터 12월말까지 구급차 출동 및 불응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응급 환자 발생 신고 접수 후 지정 병·의원들에 출동 협조를 요청한 결과, 「병실이 없다」 「운전기사가 없다」 「구급차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현장 출동을 기피한 불응 횟수가 1천5백98건으로 전체 접수 건수 4천1백22건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불응 실태를 보면 ▲부산이 1천24건 중 불응 비율이 58% (5백92회)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수원이 2백75건 중 46% (1백26회) ▲서울이 1천4백79건 중 37% (5백46회) ▲인천 35% (1백81회) ▲청주 33% (66회) ▲대구 25% (52회 )등의 불응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전주와 제주는 각각 89건, 24건 접수 모두 출동해 1백% 출동율을 보였으며, 대전·광주·춘천도 각각 94% (94회), 92% (88회), 81% (90회)의 출동 실적을 올렸다.
56개 지정 센터와 병원이 있는 129서울 센터의 경우 3차 의료 기관 중 불응 횟수가 높았던 병원은 ▲강남성모 (33회) ▲상계 백병원 (24회) ▲고대 구로병원 (22회)순이었으며, 불응 비율로 보면 ▲서울 백병원 ▲고대 구로병원 ▲서울대병원이 각각 88% (7회), 73% (22회), 69% (13회)의 높은 불응 비율을 보였다.
또 129센터와 병원간에 협조가 가장 안되는 부산 지역의 경우 ▲동래 봉생 병원이 75회나 불응했으며 ▲한중병원 (62회) ▲부산의료원 (54회) ▲한독병원 (49회) 등도 「구급차 운행 중」 「운전기사 부재」 등의 이유를 들어 출동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병원 협회 관계자들은 『현재 응급실이 초만원인 상황에서 의료 사고와 진료비 시비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환자를 정부의 아무런 지원 없이 쉽게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변명했다.
특히 병원 측은 의료 사고 분쟁 조정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고 지난해 보사부가 발표한 응급 진료비 50%인상 계획도 확정되지 않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앞으로도 응급환자 진료 체계가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병원의 불응 사태가 더욱 심화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129정보센터의 출동 협조 요청에 지정 병원이 불응함으로써 발생하는 응급 환자 사고에 대해 뚜렷한 처벌 규정이나 관계법 등이 미비해 적절한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사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의료계의 현실을 토대로 현재 응급 의료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방안은 응급 환자에 대한 보험수가 50%인상과 의료 사고 분쟁 조정법의 졸속한 제정 등이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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