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여기서 지면 백악관에 못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시작한 일 마무리하게 해달라 부시/여론조사 지지율 30%로 껑충 부캐넌/민주 클린턴·송거스 접전 치열
미국대통령선거의 첫 관문격인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마지막 주말 공화·민주 양당의 각후보들은 뉴햄프셔주 제1도시에 해당하는 이곳 맨체스터시에서 대중집회·기자회견·각종 모임·호별 방문 등을 통해 자신들의 소신과 정책을 내세우며 최후의 득표활동을 벌였다.
주요도로변이나 거리에는 각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지나가는 자동차들에 후보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가하면,길가 가정집의 정원에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팻말을 꽂아놓은 광경이 자주 눈에 띄어 선거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뉴햄프셔주는 인구 1백10만명의 미니주이고 맨체스터시도 인구 7만6천명의 작은 도시에 불과하나 여기에서 벌어지는 첫번째 예비선거가 앞으로 약 10개월동안 벌어질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가름한다는 전통때문에 각 후보들은 필사적으로 이 첫대결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예비선거는 각당의 당원들이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선정 전당대회에 파견될 대의원을 각각 선출하는 선거다. 그러나 뉴햄프셔주가 파견할 수 있는 대의원수는 전체대의원의 0.5%에 불과,전당대회에서 각당의 대통령 후보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52년이후 민주·공화 양당을 통틀어 이 첫예비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 적이 없다.
88년 조지 부시,80년의 로널드 레이건이 이 선거에서 강자로 나섰으며 린든 B 존슨 대통령·에드워드 케네디·넬슨 록펠러 등은 겉의 인기와는 달리 이 선거에서 모두 타격을 입어 결국 실패했다.
○…부시 대통령은 부인 바버라 여사와 함께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며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재선을 통해 자신이 시작했던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요일인 16일 인근의 내슈아시의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주민들과 팬 케이크로 아침을 들며 대화의 시간을 가진데 이어 근처 교회에 출석하여 주일학교 학생들과 부모들과의 간담회도 가졌다.
정오에는 홀리스시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1천여명의 주민을 상대로 일문 일답을 벌였다.
그는 민주당후보와 공화당의 패트 부캐넌 후보를 겨냥하여 『그들은 좌와 우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면서 특히 부캐넌 후보를 의식해 『무조건 헐뜯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선거 초기에는 부시 대통령과는 게임이 되지 않을 줄 알았던 부캐넌 후보가 막바지에 오면서 인기가 꾸준히 올라 과연 선거에서 몇%의 득표를 하여 부시에게 타격을 입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 68년 현역인 존슨 대통령이 도전자 유진 매카시 의원을 4천표 앞질렀으나 현역 대통령으로서 상대방과 표차가 너무 적게 남으로써 아예 후보를 포기한 일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현지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로는 부캐넌은 초기 10%대의 지지율에서 30%지지율로 껑충 뛰어 부시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임을 과시했다.
○…한때 민주당의 다섯후보 가운데 가장 선두를 달렸던 빌 클린턴 아칸소주지사는 여자문제와 병역기피 구설수에 말려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 폴 송거스 후보에게 뒤처지고 있어 막판회복에 전력을 쏟고 있다.
15일밤 내슈아시의 페어그라운드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유세에 그는 부인 힐러리와 함께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맨체스터=문창극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