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정치”여야 공방 가열/선거쟁점 부각에 각당전략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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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응가치 없다”조기진화나서 민자/「탄압」강조 동정표 확산 겨냥 국민/민주선 국민당에 야당표 잠식당할까 경계
이주일씨의 출국을 계기로 불붙은 공작정치시비가 여권탈당자·무소속 등에 대한 견제와 겹쳐 민감한 초반 선거쟁점으로 확대되자 여야 각정당들은 사태발전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민자당이 외압문제의 조기진화에 나섰고 이씨가 속해있는 국민당은 이 문제를 최대한 활용해 동정표 확산에 전력을 기울이는 반면,민주당은 일면 공작정치를 비난하면서 이로인한 국민당의 상승세를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작정치 시비에 대한 수습책을 검토해온 민자당은 과도한 대응보다 깔아뭉개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김윤환 총장은 『이주일씨출국에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 3류코미디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대꾸할 가치조차 없으며 반박해봤자 국민당이 노리는 동정심리 확산전략에 말려들어갈 뿐』이라고 언급.
김총장은 청와대의 손주환 정무수석,정부측과 대책을 논의한 결과,지난 15일 김영삼 대표가 『3당통합으로 정국안정이 이루어진 지금 공작정치는 있을 수 없다』고 한 발언수준에서 대처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민자당은 일단 국민당이 낸 「노정권은 정치탄압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신문광고에 대해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선고일공고전이라 탈법으로 보기 힘들다는 회신을 받은 것도 정면대응을 어렵게 하는 대목.
대신 국민당을 현대당,재벌당으로 인상지을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정보를 내놓고 선관위유권해석을 의뢰하는등 법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울산·창원소재 12개계열사 근로자 7만8천명에게 「서산미」1가마씩을 「정주영회장 하사품」이라며 지급했다는 자체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은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선관위에 질의하고 나섰다.
민자당은 또 국민당이 현대그룹 임직원들의 입당권유는 물론 임직원 1명이 1백명이상의 입당원서를 받아오도록 하고 있는 점의 선거법 위반여부를 선관위에 아울러 질의하는등 국민당­현대의 정경복합체 부각에 전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사건에 이어 무소속으로 나서려했던 노차태씨의 구속이 선거법의 형평성 시비를 낳는등 공작정치문제가 수구러들지 않자 국민당·무소속후보와 겨루는 지역의 공천자일부는 중앙당에 보다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당일각에선 정호용씨 미행사건에서 드러나듯 관계당국의 세련되지 못한 접근자세가 『총선전초전 난조의 원인』이라고 원망하고 있다.
강원지역 모공천자는 『정호용씨 미행건으로 이주일씨의 출국이 자연스럽게 외압설과 연결되고 있으며 결국 국민당과 무소속후보의 기세만 올려준 꼴이 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민자당은 공작정치시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민주당도 양당대결차원에서 원치 않고 있다고 판단,『시간이 약이다』는 쪽으로 대처하는 분위기다.
여권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국민당이 선거종반에 현대계열사중 한두개사를 의도적으로 부도처리하는등 일종의 자해극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주일씨 사건을 당국탄압실례로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국민당은 「재벌당」「정주영부자당」이라는 부정적 세평과 의혹을 여권의 이씨 탄압으로 다소 묽게했을 뿐만 아니라 총선초반의 홍보전에서 여권에 기선을 제압했다고 보고 이를 계속 활용한다는 방침.
이에 따라 국민당은 17일 오전 당사에서 국민당정치탄압진상소위(위원장 박한상상임고문)보고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주일씨의 돌연출국은 엄연한 공작정치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계속 조사하겠다고 으름장.
이날 회견에서 이씨를 홍콩에서 만나고 돌아온 봉두완 전당대회의장은 『이씨를 만나보니 시종일관 초조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의기소침한 상태였다』며 『정치에서 손떼고 연예인으로 남겠다고 말할때도 좌불안석이었다』고 말했다.
봉의장은 『따라서 그의 말못할 괴로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나의 언론계 경험과 외압에의 방송프로그램 도중하차 경험으로 봐서 눈에 안보이는 탄압이 있었음이 심증적으로 확인된다』고 강조.
봉의장은 이어 『이씨는 구리시공천자로 내정됐었다』며 『이씨는 출국전 인척들에게 세상이 조용해지면 겪은 일을 책으로 내겠다고 말한바 있고 홍콩에서는 영사기관원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봉의장은 『때문에 국민은 공작정치의 혼탁한 분위기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정권은 모처럼 가닥잡힌 민주화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
○…민주당도 「이주일씨 외압사건」초반에는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호재로 이를 부각하는 자세였으나 외압공방이 국민당의 급격한 부각쪽으로 흐르자 주춤하는 관망세로 후퇴했다.
민주당은 당초 외부 유력인사,특히 전직고위공직자와 예비역장성들에 대해 극비 영입교섭을 벌였으나 대상자들의 다수가 여권의 견제와 회유를 받고 물러서버린 사태를 겪어 국민당과의 동병상련을 느끼고 이 문제에 강한 비판을 했다.
김대중 공동대표는 고명승 전보안사령관에 대한 끈질긴 영입교섭이 실패로 끝났고 정영주 전한미연합사작전처장의 영입도 유야무야 된것은 여권의 공작정치의 결과라고 비난해 왔는데 이씨사건이 표출되자 이를 정면으로 쟁점화했다.
그러나 외압설의 공방초점이 국민당을 크게 부각시키는 쪽으로 여론이 돌아가자 이 문제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자세.
민주당은 대신 민자당사무실행정전화가설,각행정기관의 선거동태파악등 관권개입 쪽을 더 강하게 치고나갈 계획이다.<박보균·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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