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끝까지 이견을 드러냈다. 협상 과실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다른 업체들은 별다른 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GM.포드.크라이슬러 '빅3'가 이번 협상에서 ▶무관세 10년 유예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편 ▶환경 및 기술 표준 변경 등 요구에 한목소리였던 것과 대조된다.
◆ 현대차 웃고 GM대우 울고=다섯 단계인 우리나라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가 세 단계로 축소되면 배기량 800㏄ 미만의 경차에 대한 혜택이 없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소형차 판매 비중(53.2%)이 큰 GM대우와 중.소형차 판매 위주인 르노삼성자동차가 편치 않은 입장이다. 다만 GM대우는 FTA 발효로 배기가스 기준이 낮아질 경우 올해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에 걸려 생산을 중단한 경상용차 다마스LPG를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000㏄ 초과 승용차의 특별소비세가 현행 10%에서 5%로 낮아질 경우 고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다. 이에 따라 정체된 내수 시장이 5만~10만 대 정도 커질 수 있다. 1억원 하는 수입차의 경우 특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인하폭은 5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00㏄ 초과 차종 시장의 60% 이상을 점하는 현대차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생산 차종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것은 에쿠스를 비롯해 그랜저2.7과 3.3, 쏘나타2.4, 싼타페2.2 등이다. 지난달 출시된 그랜저2.4가 가세해 더욱 호화 진용을 갖췄다. 기아차의 로체2.4.오피러스.쏘렌토도 2000㏄ 초과 차종이다. 이에 비해 르노삼성자동차는 SM7 2.3과 3.5 정도, GM대우는 토스카2.5 한 가지로 2000㏄ 초과 차종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GM대우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를 개편하는 문제도 경차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한.미 FTA로 미국산 수입차가 한국 내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8%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 차의 가격 인하폭은 산술적으로 5~7%가 된다"고 말했다.
GM.포드.크라이슬러 세 미국 업체의 한국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분기에 11%에 그쳤다. 이들이 한국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얼마나 파격적인 할인가격을 들고 나올지가 관심사다. 8% 관세 인하분을 넘어 자사의 마진 폭까지 줄여 가며 10% 이상 값을 떨어뜨릴 경우 국산 중형차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산 중형차와의 가격 차가 10%까지 좁혀지기 때문이다.
2007서울모터쇼가 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됐다. 관람객들이 포드사에서 내놓은 링컨 MKX 승용차(배기량 3.5 V6 AWD)를 살펴보고 있다.박종근 기자
현대차 해외영업본부 관계자는 "무관세 가격 인하 폭이 작은 데다 현지생산 비중이 커 판매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대신 무역장벽 해소와 이미지 개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진.문병주 기자<tjk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