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체계 달라져 국내업체 명암 갈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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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완성차 5사는 총론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하지만 각론에선 시각차가 크다. 업체마다 FTA 타결 때 손익계산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수출 비중이나 주력 차종에서 큰 차이가 난다. 내수 시장의 70~75%를 점하는 현대.기아차 그룹과 그 밖의 업체들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끝까지 이견을 드러냈다. 협상 과실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다른 업체들은 별다른 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GM.포드.크라이슬러 '빅3'가 이번 협상에서 ▶무관세 10년 유예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편 ▶환경 및 기술 표준 변경 등 요구에 한목소리였던 것과 대조된다.

◆ 현대차 웃고 GM대우 울고=다섯 단계인 우리나라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가 세 단계로 축소되면 배기량 800㏄ 미만의 경차에 대한 혜택이 없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소형차 판매 비중(53.2%)이 큰 GM대우와 중.소형차 판매 위주인 르노삼성자동차가 편치 않은 입장이다. 다만 GM대우는 FTA 발효로 배기가스 기준이 낮아질 경우 올해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에 걸려 생산을 중단한 경상용차 다마스LPG를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000㏄ 초과 승용차의 특별소비세가 현행 10%에서 5%로 낮아질 경우 고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다. 이에 따라 정체된 내수 시장이 5만~10만 대 정도 커질 수 있다. 1억원 하는 수입차의 경우 특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인하폭은 5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00㏄ 초과 차종 시장의 60% 이상을 점하는 현대차가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생산 차종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것은 에쿠스를 비롯해 그랜저2.7과 3.3, 쏘나타2.4, 싼타페2.2 등이다. 지난달 출시된 그랜저2.4가 가세해 더욱 호화 진용을 갖췄다. 기아차의 로체2.4.오피러스.쏘렌토도 2000㏄ 초과 차종이다. 이에 비해 르노삼성자동차는 SM7 2.3과 3.5 정도, GM대우는 토스카2.5 한 가지로 2000㏄ 초과 차종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GM대우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를 개편하는 문제도 경차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한.미 FTA로 미국산 수입차가 한국 내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8%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 차의 가격 인하폭은 산술적으로 5~7%가 된다"고 말했다.

GM.포드.크라이슬러 세 미국 업체의 한국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분기에 11%에 그쳤다. 이들이 한국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얼마나 파격적인 할인가격을 들고 나올지가 관심사다. 8% 관세 인하분을 넘어 자사의 마진 폭까지 줄여 가며 10% 이상 값을 떨어뜨릴 경우 국산 중형차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산 중형차와의 가격 차가 10%까지 좁혀지기 때문이다.

2007서울모터쇼가 6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됐다. 관람객들이 포드사에서 내놓은 링컨 MKX 승용차(배기량 3.5 V6 AWD)를 살펴보고 있다.박종근 기자

◆ 수출업체, 연 2000억원 관세 인하 효과=미국이 3000cc 이하 차종의 관세(2.5%)를 철폐할 경우 연간 2000억원 정도의 관세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대부분 현대.기아차의 몫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23만9605대(앨라배마 생산분 제외)와 33만2136대를 각각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 자동차 수출에서 두 회사 비중은 80% 이상이다. 이에 비해 GM대우는 12만1372대(17.5%)를 미국에 수출했다.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 수출차의 인하 요인이 대당 150~200달러 정도 된다. 고가 수출차인 그랜저TG는 300~400달러를 내릴 수 있다.

현대차 해외영업본부 관계자는 "무관세 가격 인하 폭이 작은 데다 현지생산 비중이 커 판매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대신 무역장벽 해소와 이미지 개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진.문병주 기자<tjk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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