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반장인 강보라(앞줄 가운데) 양이 특기적성 교육시간에 학교 친구들과 함께 쿠키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연기=김성태 프리랜서
반장 강보라(10)양이 자리에서 일어서 "차렷" "경례"를 외쳤다. 강양의 구령에 따라 학생들은 일제히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강양은 수업 중 일부 학생들이 잡담을 하자 "수업 중에는 조용히 합시다"라고 주의를 준다.
강양은 선천성 시각장애 학생이다. 바로 앞에 있는 물체의 색깔만 희미하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뇌경변장애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강양은 활달한 성격에 힘든 일을 앞장서 하는 봉사정신도 강해 동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학생이다. 강양은 지난달 9일 반장 선거 때 과감히 후보로 나섰다. 그는 학급에서 유일한 장애 학생이다. 전체 학급 학생 27명 중 9명이 후보로 나서 3차 투표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였다.
그는 후보 소견발표에서 "비록 눈이 안 보여 불편하지만 활기찬 학급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강양이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친구들이 막판에 적극적으로 지지해 그는 3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얻었다. 반장을 맡은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그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준 덕분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강양은 교실 청소 등도 솔선수범하고 운동장 조회 같은 외부 활동도 앞장서서 하고 있다. 청소를 혼자 할 수는 없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언제나 깨끗한 교실을 만든다. 학습도구 챙기기 등도 부반장 등 친구들이 도와줘 잘 해내고 있다.
그는 "반장이 할 일을 친구들에게 미루는 것 같아 속상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 도와줘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반장 안서영양은 "보라가 오히려 힘든 일을 앞장서서 해 친구들이 보라를 많이 따른다"고 말했다. 강양은 노래 부르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지난해 10월 학교에서 열린 '가족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강양은 "1학년 때부터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친구들에게 반장이 돼 보답할 수 있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강양은 이 학교가 4년 전부터 장애아들과 일반 학생이 함께 수업받는 통합교육을 한 덕에 입학할 수 있었다. 전교생이 467명에 불과한 시골의 작은 학교에 장애 학생은 강양을 포함해 총 8명이다.
장애 학생은 보조교사 도움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할 때는 장애학생 옆자리에 항상 보조교사가 앉아서 도움을 준다. 컴퓨터 교육 등 일반 학생과 수업하기 힘든 수업은 특수학급에서 별도로 받는다.
이 학교 정순기 교감은 "어린 학생들이 장애와 비장애를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장애학생을 반장으로 뽑을 정도로 성숙해져 흐뭇하다"고 말했다.
연기=김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