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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벽 넘은 당당한 '학급 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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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각장애인 반장인 강보라(앞줄 가운데) 양이 특기적성 교육시간에 학교 친구들과 함께 쿠키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연기=김성태 프리랜서

6일 오전 9시 충남 연기군 금남면 금남초등학교 3학년 3반 교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담임 최흥묵(58) 교사가 "애들아 안녕"하며 교실로 들어온다.

반장 강보라(10)양이 자리에서 일어서 "차렷" "경례"를 외쳤다. 강양의 구령에 따라 학생들은 일제히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강양은 수업 중 일부 학생들이 잡담을 하자 "수업 중에는 조용히 합시다"라고 주의를 준다.

강양은 선천성 시각장애 학생이다. 바로 앞에 있는 물체의 색깔만 희미하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뇌경변장애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하다.

하지만 강양은 활달한 성격에 힘든 일을 앞장서 하는 봉사정신도 강해 동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학생이다. 강양은 지난달 9일 반장 선거 때 과감히 후보로 나섰다. 그는 학급에서 유일한 장애 학생이다. 전체 학급 학생 27명 중 9명이 후보로 나서 3차 투표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였다.

그는 후보 소견발표에서 "비록 눈이 안 보여 불편하지만 활기찬 학급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강양이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친구들이 막판에 적극적으로 지지해 그는 3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얻었다. 반장을 맡은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그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준 덕분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강양은 교실 청소 등도 솔선수범하고 운동장 조회 같은 외부 활동도 앞장서서 하고 있다. 청소를 혼자 할 수는 없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언제나 깨끗한 교실을 만든다. 학습도구 챙기기 등도 부반장 등 친구들이 도와줘 잘 해내고 있다.

그는 "반장이 할 일을 친구들에게 미루는 것 같아 속상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 도와줘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반장 안서영양은 "보라가 오히려 힘든 일을 앞장서서 해 친구들이 보라를 많이 따른다"고 말했다. 강양은 노래 부르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지난해 10월 학교에서 열린 '가족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강양은 "1학년 때부터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친구들에게 반장이 돼 보답할 수 있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강양은 이 학교가 4년 전부터 장애아들과 일반 학생이 함께 수업받는 통합교육을 한 덕에 입학할 수 있었다. 전교생이 467명에 불과한 시골의 작은 학교에 장애 학생은 강양을 포함해 총 8명이다.

장애 학생은 보조교사 도움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할 때는 장애학생 옆자리에 항상 보조교사가 앉아서 도움을 준다. 컴퓨터 교육 등 일반 학생과 수업하기 힘든 수업은 특수학급에서 별도로 받는다.

이 학교 정순기 교감은 "어린 학생들이 장애와 비장애를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장애학생을 반장으로 뽑을 정도로 성숙해져 흐뭇하다"고 말했다.

연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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