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의 골프야 놀자Ⅱ ⑧ 맨땅에서의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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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녕하세요, 김미현입니다. 이제 한국은 완연한 봄이겠네요. 봄은 골프 하기 좋은 때죠. 저 같은 투어 프로는 항상 좋은 날씨를 쫓아다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추운 날씨가 풀리고 봄기운이 오는 느낌은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풀렸다곤 해도 잔디는 아직 황금색일 것이고, 골프장 컨디션이 그리 좋진 않겠죠. 이런 컨디션에서 골프를 할 때는 한두 번씩 맨땅에서 샷을 하게 될 거예요. 대부분 주말 골퍼는 이런 경우에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미스샷을 걱정하더라고요. 볼이 맨땅에 떨어져 있을 때 동반자들 몰래 '터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고 토로하는 분이 많아요. 물론 맨땅에서는 볼을 정확하게 맞혀야 하기 때문에 쉬운 샷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요령만 알면 이것보다 쉬운 샷이 없으니까요.

맨땅에서 샷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샷을 하기 전부터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몸이 움츠러들어 자신 있는 샷을 할 수 없어요.

클럽은 평소에 쓰던 클럽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립을 짧게 쥘 필요는 없습니다. 세트업에 들어가면 볼을 평소보다 한 개 정도 오른쪽에 두도록 하세요. 웬만한 미들아이언이라면 볼의 위치는 정중앙에 올 겁니다. 쇼트아이언이나 웨지라면 그보다 더 오른발에 가깝게 가겠죠?

백스윙은 부드럽게 하세요. 리듬을 타듯 백스윙해야 다운스윙 때 볼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습니다. 백스윙을 부드럽게 한다고 해서 몸이 오른쪽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스웨이가 되면 당연히 정확한 가격이 힘들겠죠. 다운스윙으로 내려올 때는 날카로운 예각으로 샷을 해야 합니다. 허리에 내려올 때까지 손목 코킹을 유지해야 날카로운 각도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강한 다운블로 샷을 할 수 있어요. 볼의 위치도 평소에 비해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뒤땅'이 날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이 있어요. 임팩트 후에도 왼손목이 꺾이지 않은 상태로 폴로스루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볼이 놓여 있던 위치보다 앞쪽에 디봇 자국이 생기고, 낮고 긴 폴로스루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손목이 꺾이는 폴로스루를 하면 '토핑'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폴로스루에서 손목이 꺾인다는 것은 임팩트 존에서 클럽 헤드가 살짝 올라간다는 뜻이거든요. 비거리는 짧아지고 런이 많이 생겨 그린 뒤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지면을 향해 강하게 내리치면서 폴로스루를 크게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샷을 하면 미스샷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제대로 샷을 했다면 볼은 평소보다 낮은 탄도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볼부터 정확하게 맞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스핀이 강하게 걸립니다. 따라서 그린 위에 볼이 떨어진 뒤에도 볼은 멀리 도망가지 않습니다. 이 샷은 맨땅뿐 아니라 페어웨이 벙커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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