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 세율 단일화 … 동등한 경쟁 위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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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방한을 앞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했다. 최고 지도자들이 모여 사는 중난하이(中南海)에서다. 중국 총리가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한 것은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한.중 FTA 체결 추진을 비롯한 경제협력과 동북아 안보체제 등에 대한 견해를 털어놓았다. 원 총리는 10~11일 서울에 머무른 뒤 사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한국 방문을 많이 기다려 왔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첫인사는 그의 미소만큼이나 부드러웠다. 그는 한국에 대한 우정(友情)부터 앞세웠다. 원 총리는 "이번 방문은 한.중 양국의 친선과 협력을 위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방한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하고 SK텔레콤 등 기업체를 둘러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 핵실험 이후 6자회담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가 작동되고 있다. 총리께서 생각하시는 한반도 평화체제란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또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전쟁이 멈춘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모든 형태의 냉전 구도를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6자회담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 간의 대화를 지지한다. 남북이 협상과 대화를 통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

-고구려사를 둘러싼 역사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1963년 6월 28일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는 조선과학원 대표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고구려뿐 아니라 발해(渤海)도 조선의 역사"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고구려사를 오히려 중국사로 편입하고 있다. 이는 한.중 양국의 우호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양국 간에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한 기초다. 민족과 영토의 변천사 연구는 마땅히 학술과 정치를 구분하는 원칙에 따라 정확하고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2005년 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방한했을 때 한국은 교역규모 1000억 달러를 넘는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했다.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1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교(1992년 8월) 당시에 비해 26배나 늘어났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3만 개를 넘었고, 누적 투자액만도 350억 달러나 된다. 2005년 11월 후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2012년까지 교역 2000억 달러를 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이미 중장기 경제무역협력 계획을 마련했다. 5개 항의 무역투자 보장 조치와 12개의 중점협력 분야도 제시했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로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협력의 확대도 필요하지만 더욱 긴요한 것은 협력의 질이다. 이를 높이기 위해 무역 균형이 이뤄져야 양국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도 가능하다. 양국은 특히 에너지.환경.금융.정보산업(IT)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 한국이 2005년 11월 중국에 완전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준 점은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현재 양국은 산.관.학이 자유무역협정(FTA)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나는 이 연구를 가속화해 조속한 시간에 성과를 내고 양국이 협정을 조기에 체결하길 희망한다."

-양국의 우호를 위해 이른바 '한류(韓流)'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한국 드라마의 수입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한류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 수교 15주년을 맞아 문화 교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양국은 오랫동안 문화를 주고받아왔고 이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인, 특히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 중국 정부는 한류 유입을 제한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장려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양국 수교 15주년이고, 게다가 '중.한 교류의 해'다. 47건의 각종 행사 대부분이 문화 교류다. 한국에 가면 한국 지도자와 함께 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다. 이 행사가 양국 간의 문화 교류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경제구조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자 기업에 대한 혜택이 줄고 있다. 노동자 임금도 올라가고 있어 외국 기업들이 걱정한다.

"개혁.개방 정책 도입 이래 중국은 줄곧 외자 기업 우대정책을 실시해 왔다. 외자와 기술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외국 자본과 기술은) 중국 경제 발전을 촉진시켰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는 매우 중요한 구조조정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경제특구) 지역을 기준으로 우대정책을 실시했으나 이제는 산업을 기준으로 우대정책을 펼치려 한다. 그러나 첨단 기술 분야, 이윤이 적은 소기업, 발전이 더딘 중국 서부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은 여전하다. 또 이미 중국 시장에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5년간의 과도기를 부여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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