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잡고도 “꿀먹은 벙어리”(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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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시민 윤국도씨(30·사업·서울 구의동)는 강도강간범으로 몰려 형사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던 보름전 만큼이나 경찰이 괘씸하다.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몰았던 오금동 카페강도 사건의 진범을 7일 잡아놓고도 전혀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이후 주위에서 저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보는 눈총도 많은데…. 사과는 않더라도 최소한 누명만큼은 벗겨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윤씨는 경찰측의 대응자세가 너무도 상식밖이라며 분개했다.
윤씨가 「공권력」으로 부터 어처구니 없이 폭행을 당한 것은 지난달 22일 오전 6시30분쯤.
안방에서 부인(25)과 단잠에 빠져있다 날벼락을 맞았다.
서울 송파경찰서 형사 5명이 신분증제시도 않은채 느닷없이 들이닥쳐 「떼강도」가 침입한 줄 알고 반항하던 윤씨를 강도강간범이라며 몽둥이와 주먹 등으로 마구 때린뒤 연행한 것.
경찰은 또 부인에게도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윤씨는 수갑을 찬채 6시간동안 경찰서에 감금돼 있다 알리바이가 입증돼 풀려났으나 당시 경찰은 『당신은 혐의가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당당했었다.
경찰은 그날 0시30분 오금동 카페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범인이 「서울 2×2594」승용차를 타고 달아난 것 같다는 피해자측의 말만 듣고 차주인 윤씨를 범인으로 단정했던 것.
결국 보름만에 범인 장태완(25)이 검거됐고 그가 탔던 차는 끝자리만 틀린 「서울2× 2596」이었다.
『폭행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자 이틀만에 경찰청감찰반이 찾아와 「진상조사를 하고 수일내로 처리결과를 꼭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뒤 아무 연락도 없었습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으면 사과전화 한통 안하겠습니까.』
윤씨는 이 사건이후 문여닫는 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 아내를 볼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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