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측근 … 남북 대화 힘 실릴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장관급)에 김양건(69.사진) 국방위원회 참사가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보소식통은 4일 "김 신임부장은 20차 평양 장관급회담 개최를 시작으로 남북 당국 대화가 본격 복원된 직후인 지난달 중순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북한의 대남 라인이 재정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전선부장은 지난해 8월 임동옥 부장이 폐암으로 사망한 이후 비어 있었다.

◆ 외교 무대에서 폭넓은 활동=1980년대부터 외교무대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온 김양건이 대남 담당으로 변신했다. 86년 9월 당 국제부 부부장을 거쳐 97년 4월 국제부장에 오른 그는 외교부문 전문가로 분류돼 왔다. 이 때문에 그의 기용은 뜻밖이란 평가다.

김용순 전 통일전선부장과 공통점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순은 역시 이집트 대사 등 외교 일선에서 일하다 84년 9월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을 거쳐 4년 뒤 국제부장이 됐다. 그는 92년 12월 노동당 통일전선 담당 비서를 맡은 후 2003년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대남 분야에서 종사했다.

이를 두고 대남 업무에 있어 외교 감각까지 겸비한 인물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잠시 당 국제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지만 대남 문제에만 평생 매달린 임동옥에게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6자회담과 북.미 관계 등에 맞물려 돌아가는 남북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김양건에게 중책을 맡긴 것이란 해석이다.

◆ 정동영 방북 행사에도 참석=김양건은 김정일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태에 책임을 지고 현준극 당 국제부장이 물러나자 김 국방위원장은 김양건을 후임으로 앉혔다. 이후 김양건은 김 위원장의 중국.러시아 방문은 물론 고위 인사의 접견 같은 비중 있는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해 실세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김양건이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김정일 면담 때 배석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당시 기록사진에는 북측에서 임동옥 통일전선부장만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오찬 행사 등에 다른 간부들과 함께 '국방위 참사' 자격으로 등장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북한 통일전선부 김양건을 정점으로 최승철.이종혁.안경호.전금진 등 부부장급이 포진한 형태를 갖췄다. 당국자는 "김용순 사후 공석으로 있는 당 통일전선부 비서와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자리에 대한 후속 인사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