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딱 찍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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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25일 서울 세종로 미 대사관 앞.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전투경찰 대원들을 폭행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있던 최모 경사는 시위대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 디지털 카메라 등 채증장비 3대는 박살이 났다.

불법.폭력 시위 현장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경찰의 현장 채증조는 시위대의 우선 공격 대상이다. 자신들의 신원이 노출돼 사법처리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첨단 채증장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이 계획하고 있는 장비는 비디오 카메라가 달린 전.의경용 헬멧과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DVR) 세트다. 예상 도입가격은 대당 100만원. 헬멧 가운데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고, 이 구멍 안쪽엔 30만 화소의 소형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가 내장됐다. 시위현장에서 이 카메라 헬멧으로 촬영한 영상은 지휘차량이나 지방경찰청 상황실로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영상은 경찰 지휘부가 시위 대응작전을 짜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이후 폭력 시위자에 대한 영장심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자료로 쓴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헬멧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고, 시위대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경찰은 ▶원격조종과 영상촬영이 가능한 소형 무인비행기 ▶흐릿한 사진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는 얼굴 패턴 인식시스템 등 각종 고성능 채증장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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