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자백­조씨 자살 연결고리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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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수사반장」최중락씨가 진단하는 시험지사건/현장밝은 내부자소행/진술번복은 배후조종 반증
『이번 사건은 현장을 잘알고 있는 내부자들에 의한 소행이 분명합니다.』
인기 TV드라마였던 『수사반장』의 실제모델인 최중락 전서울시경강력과장(63)은 30일 오후 후기대 입시문제지도난사건 현장인 서울 신학대의 전산실·학교뒷산 등을 둘러본뒤 수사진들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가지 조언을 들려주었다.
최씨는 50년 경찰에 투신,40년동안 서울시경 강력계 등을 거치면서 굵직 굵직한 대형 강력사건들을 해결한 베테랑형사로 90년 12월 치안본부 형사지도관(총경)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현재 경찰청수사연구관으로 각종 강력사건수사 자문에 응하고 있는 최씨는 『시험지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곧바로 그곳으로 들어간 점으로 볼때 범인은 내부 관계인임이 틀림없다』며 『이들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으나 사전에 미리 열쇠를 복사하거나 확보하여 문을 열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학교를 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점으로 보아 구태여 학교뒷산에 올라가 시험지를 주고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씨는 『수많은 사건들을 겪어봤지만 이 사건처럼 묘한 사건은 처음』이라며 『시험지를 훔쳐가는것이 목적이었다면 깜쪽같이 가져가는 것이 상식인데도 상자에 큰 구멍을 내고 현장을 흐트러 뜨려놓은 점이 가장 석연치 않다』며 범행동기가 단순절도만은 아님을 강조했다.
『사건은 항상 내분과 대립이 있는 곳에서 터집니다.』
최씨는 학내분규가 이번 사건과 큰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뒤 『정계택씨의 자백과 조병술씨의 자살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 수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수사경험으로 볼때 경비원 정씨의 잦은 진술번복은 압박심리속에서 숨기고 싶은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이를 막으려는 태도로 여겨지며,이는 이번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단독범행이 아닐 것이라는 점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만약 정씨가 범인이 아니라면 처음에 별다른 부인없이 순순히 자백한 점은 이상하기 그지없다』라고 밝힌뒤 『상관이며 같은 신도인 조씨의 죽음에 놀라워하지 않는것도 이해하기 힘든 태도로 무언가 숨기기위해 의도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통상적으로 시험지를 넣었던 종이상자와 같은 것에는 지문이 잘 묻어나질 않지만 『최초 현장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이 수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내 경험으로 볼때 종교와 관련된 사건은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씨는 이번사건 관련자에 종교인들이 많기때문에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정씨가 앞으로 2,3일내 심경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조씨도 부인등 가까운 사람에게 무언가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수사의 첩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부천=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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