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은 국민문화수준의 척도"|2회「애서가상」받은 총신대 정성구 대학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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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영혼이 없는 사람과 같습니다.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가가 그 나라 국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봅니다.』책을 사랑하고 책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 애서가 클럽이 뽑은 제2회 애서가상 수상자로 최근 결정된 총신대 정성구 신학대학원장(50).
그가 이번에 수상하게 된 것은 16세기 종교개혁의 기수인 요한 캘빈(프랑스인)관계문헌을 6천여 종 수집, 『기독교 연구에 크게 공헌했으며 세계적 수준의 장서를 갖추어 서양고서의 불모지인 한국에 원전 탐구의 새 학풍을 형성하는데 공헌한 점』이 출판인·언론인·학자 등 1백30여명의 애서가 회원들에 의해 높이 평가됐다.
소장서적 가운데는 1667년에 출판된 캘빈의『사도행전 주석』과 캘빈주의 5대 교리가 결정된『돌트 총회의 회의록』(1621년 발행)등 세계적 희귀본도 있다.
캘빈의 제자 베자가 쓴 신약성경으로 헬라어와 라틴어를 범행해 싣고 있는『베자텍스트』등 16∼19세기의 자료들을 비롯해 캘빈 관련 연구논문 3천여 종, 갤빈주의 사상자료 책 1천여 종, 캘빈주의 사상가 및 신학자의 강연녹음 테이프 1천5백여 종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러한 전문 서적 외에도 4천여 권의 일반서적을 갖고 있어 소장도서는 모두 1만여 권.
정 원장은『신학자로서 스스로의 학문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인 자료』라고 말하면서『17세기에 찬란하게 꽃을 피운 캘빈의 신학과 사상을 알지 못하면 프로테스탄트신학과 교회를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근대서구 문화의 바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가 물량적으로 세계 최대의 교회임을 자랑하지만 그 뿌리인 캘빈 신학과 사상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고 자료도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남들이 보기에 나의 책 수집이 병적일 수도 있을 정도』라고 스스로 말하는 그는 네덜란드 프리 대학 유학시절부터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찾아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쏟아 넣으면서 세계도시 곳곳의 고서적을 뒤지고 다녔다.
욕심나는 자료를 손에 넣기 위해 여행 중 돈이 모자라면 마른 빵과 물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정 원장은 이같이「소중한」자료를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보기 위해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요한 캘빈 자료전시회」를 개최했으며 85년이래 서울 서초동에 한국 캘빈주의 연구원을 열어 이 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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