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장염|한대석 교수<연세대의대·신장내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
41세의 직장여성이다. 현재 혈압이 1백10∼1백50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또 피로감이 잦고 물을 많이 마신다. 잠자리에 든 후에도 수 차례에 걸쳐 소변을 본다. 건강진단에서는 요 단백과 혈뇨가 있다는 판정이 나왔다. 만성신장염이 아닌지 걱정된다. 또 신장과 혈압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답>
고혈압과 함께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고혈압과 신장은 원래 밀접한 관계가 있어 둘 중 어느 하나에만 이상이 생겨도 나머지가 악영향을 받는다. 질문만으로는 어느 것에 먼저 이상이 발생했는지 추정키 어렵다.
다만 질문자의 경우 현재 만성신장염,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만성사구체신염일 확률이 높다 할 수 있다. 만성사구체신염은 고혈압에 의해 혈액을 거르는 역할을 맡는 사구체가 망가졌거나 급성사구체신염이 완전하게 치료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에는 약 2백만 개의 사구체가 존재하는데 이중 일부가 손상된 것이 만성사구체신염으로 손상된 사구체수와 병의 증세는 대개 비례한다.
만성사구체신염은 초기에 발견, 치료받지 않으면 사구체 전부가 망가져 이른바 만성신부전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매년 한번 정도는 단백뇨와 혈뇨 등을 체크하는 신장기능검사를 받아 신장의 이상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만성신부전증은 말 그대로 신장이 제 기능을 전혀 못하는 질환으로 만성신장염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고혈압·당뇨 등의 합병증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만성신부전증은 한번 걸리면 신장이식이라는 대수술을 받지 않고는 완치가 불가능하리 만큼 무서운 질병이다.
만성사구체신염으로 사구체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가 바로 만성신부전증이라 할 수 있는데 사구체는 한번 망가졌다 하면 원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조기에 발견, 더 이상 사구체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치료를 위해 대개 약물을 쓰지만 약물에 잘 듣는 만성사구체신염은 실제 드물다. 이 때문에 원인질환이 있으면 이를 제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며 원인질환을 모를 때는 짠 음식을 피하고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을 철저히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