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낚시 빙판 뚫고 겨울낭만 낚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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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해 들어 소한(6일)과 대한(21일)을 넘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국의 호수와 저수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얼음 낚시 계절을 맞았다.
지난 주말 수도권의 강화도 어류장과 분오리, 강원도 춘성의 반송·용산 저수지, 철원의 오지·백학저수지, 원성의 학곡저수지, 영동권의 강릉 경포호 등지에는 수백·수천 명의 낚시꾼들이 운집, 겨울낚시의 묘미와 낭만을 한껏 즐겼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계절에 따라 변화 있는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낚시꾼들이 말하는 복중의 복. 일년 중 얼음낚시가 가장 피크를 이루는 시기는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가 해당된다.
그러나 올 겨울 시즌은 비교적 날씨가 포근해 아직 결빙상태를 믿을 수 없고 혹한기 낚시에는 얼음 구멍이 금방 얼어붙거나 추위가 매섭기 때문에 가족동반을 삼가는 것이 좋다.
해가 바뀌는 세밑에도 꾼 들을 울상 짓게 했던 수은주가 최근 영하로 치닫고 결빙조차 되지 않던 저수지와 수로가 충남 등 중부지역은 물론 경북 일부 지역까지 얼어붙어 남부지역을 제외한 곳으로는 겨울낚시를 떠나 볼만하다.
강화도의 초지수로, 춘성군의 반송지, 강릉 경포호 등 전국의 이름난 겨울낚시터에는 요즘 꾼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고 고기들의 입질도 손맛을 더하고 있다.
24일 현재 전국의 낚시터중 안전도가 확인된 지역은 경기도 강화지역을 비롯해 수원·남양만 지역, 경기도 북부일원, 강원도 철원과 원성군 일대, 강릉 경포대 등이다.
전국낚시연합회의 김쌍룡전무는 『얼음낚시를 갈 때에는 빙질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며 『결빙상태는 얼음 표면을 봐서는 알 수 없고 얼음을 뜯어놓았을 때 이면에 요철이 생겨있으면 녹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연합회 측은 오는 2월초 설날 연휴를 전후해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얼음낚시 활황지로는 철원의 학, 원성 학곡·귀례, 횡성 한치, 춘천 반송, 강화 분오리·내가 저수지와 김포 검단수로를 비롯, 강화 창후리·망월수로, 남양호 이화리·중앙대교수로·장안양수장 등을 꼽는다.
올 겨울의 기상변동은 극심했지만 오는 2월초의 조황은 어느 해보다 좋을 것으로 낚시꾼들은 전망한다. 저수지마다 대부분 만수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수년동안 방사한 치어들이 많이 자라 자원도 풍부한 편이어서 시기와 포인트만 잘 고르면 얼마든지 풍어의 참 맛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음낚시란 말 그대로 얼음판에 구멍을 뚫은 다음 채비와 미끼를 드리워 물고기를 낚는 전통 낚시. 강심에 얼음 구멍을 뚫고 찌와 바늘을 드리우는 맛이란 물 낚시와는 또 다른 맛과 멋을 자아낸다.
물 낚시에서 노려보지 못한 포인트나 접근하기 어려웠던 저수지 한 가운데를 마음대로 찾아다니며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데다 씨알도 대부분 굵은 놈이 때를 가리지 않고 솟구치고 있어 강태공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곤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황이 전적으로 수온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얼음이 부분적으로 언 곳은 오히려 완전히 결빙한 곳에 비해 4∼5도 정도씩 차다면서 수면이 모두 얼어붙은 곳이나 평야지대에 위치한 수로나 저수지를 찾으라고 권한다. 또 자리를 잡을 때는 해를 바라보고 앉아야 따뜻하며 물 속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다.
낚시장비는 낚싯줄·찌·봉틀·낚시바늘까지 맞춰놓은 견지세트가 널리 쓰인다. 또 얼음을 깨는 얼음끌과 얼음을 뚫었을 때 살얼음을 떼 내는 얼음뜰채도 필수품. 이밖에 낚시가방·낚시의자와 미끼 통은 꼭 챙겨야한다. 얼음낚시는 낚시도중 영하의 추위 속에서 빙판 위에 장시간 머무르게 되므로 낚시도구 못지 않게 보온·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얼음낚시를 하려면 얼음 두께는 최소한 7㎝이상이 돼야 안전하다. 또 한번 자리를 정하면 직경 12∼15㎝의 구멍을 30㎝간격으로 3개쯤 뚫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얼음 구멍을 만들 때 헌 구멍 가까이 새 구멍을 뚫어도 위험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과의 구멍과는 5∼10㎝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며 너무 많이 뚫어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다.
얼음낚시는 물 낚시와는 달리 고기의 은신처를 찾는 공격형 낚시이므로 30분 이상 입질이 없으면 자리를 옮기는 것이 요령이다.
겨울낚시는 본래 양적 재미보다는 준·월척급을 노리는 대형 행운을 우선으로 친다. 시중단체 출조에서 호황의 기준은 대개 마릿수로 10수 안팎으로 치며, 중형이면 5∼6수로 만족한다.
얼음낚시에서 미끼와 찌는 반드시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둬야 할 사항. 겨울철 수온이 낮아지면서 고기들도 움직임과 자극에 둔해진 상태이므로 싱싱한 산 지렁이가 가장 좋다. 또 찌도 움직임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가늘고 부력이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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