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실체 밝혀줄 획기적 사료-대구 비산동 이어 합천 옥전 고분군서 금동보관 첫 발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1일 경남 합천군 옥전 고분군에서 발굴된 금동보관은 가야시대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어서 5세기말에서 6세기초에 이르는 가야사 연구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야금관은 대구시 비산동에서 2점이 발견된 일이 있었는데 합천지역에서도 이번에 발굴됨으로써 가야사의 폭을 크게 넓힐 자료를 얻게됐다.
경상대박물관 발굴조사단(단장 조영제교수)의 발표처럼 이번 발굴에서는 일반적으로 왕 묘에서 출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금동보관·환두대도가 함께 나왔다. 그것은 옥전 고분이 다라국의 왕 묘 영역임을 확실히 해주는 것이다.
이번 발굴유물 중 금동보관과 함께 가야시대의 무덤임을 확인해주는 정교한 모양의 금제귀걸이와 유리잔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유리잔은 신라지역에서는 왕의 무덤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가야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적이 없어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 옥전 고분군이 왕의 묘역임을 추정케 하고 이 지역이 대외교역도 활발한 곳이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번 발굴에 대해 김원룡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금동보관 및 은제관이 세개나 나온 것은 이 무덤이 왕의 무덤이거나 최소한 왕족의 무덤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가야사 연구에 이번 발굴이 상당히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유리잔은 모양으로 보아 연대가 4세기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리잔의 출토는 옥전 지역이 외부와 상당한 교역을 이루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여 가야시대의 외부교역 및 국가로서의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조사에서는 받침이 높은 잔·항아리 등 80점의 토기류, 단봉환두대도·안장·재갈·철모·철촉 등 철기류 1백14점, 금제 귀걸이 한쌍 등 11점의 장신구류 등 총 2백 5점의 유물도 발굴되었다.
이 가운데 정교한 장식·세공이 돋보이는 금제귀걸이 한쌍은 국보급에 준하는 매우 귀중한 유물이라고 한병삼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밝혔다.
이번 조사로 6세기 토기자료가 각 유구에서 다수 출토됨으로써 가야후기의 토기 문화, 특히 대가야 후기 토기문화의 편년체계가 좀더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지류인 황강변의 낮은 산에 위치한 옥전 고분군은 출토자료의 중요성과 역사적 가치로 인해 사적 326호로 지정, 보호·관리되고 있다.
지난 8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옥전 고분에서는 이번의 금동보관·은제관 등 유물 외에도 용봉문환대도·금동관모·비늘갑옷·만갑옷·금동강투구·마갑·마주·금동제안장·금제귀·고배·기대·호등 각종 투구류·무구류·마구류·농공구류·장신구류 등 3천5백여 점이 출토됐으며 이들 다양한 자료들은 가야사의 해명과 새로운 인식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 【합천=김상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