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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시금치」 어원은 한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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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가 흔히 고유어로 알고있는「거지」「시금치」「까치」등이 원래 한자어였다는 사실은 썩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이 같은 말들은 워낙 오랫동안 사용돼왔기에 완전히 우리말이 돼버린 귀화어다.
이 같이 우리말속의 한자어가 생각 이상으로 광범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밝히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어원학연구서가 나와 주목된다. 조세용 교수 (건국대)는 각종 문헌을 통해 고유어로 정착한 한자어를 찾아내 정리, 최근 고려대 민족 문화 연구소간 민족 문화 총서 49권『한자어계 귀화어 연구』로 펴냈다.
조 교수는『귀화어란 최초에 외국어로 들어왔지만 오랜 사용 과정에서 국어로 동화·토착화된 말』이라고 정의한다.
조 교수는 귀화한 한자어를 우리식 한자 발음을 따른 것과 중국식 발음을 따른 것으로 대별해 정리했다.
우선 우리식 발음에 따라 귀화한 예를 살펴보면 그 중에서도 두가지 말이 뒤섞인 「혼종」과 하나의 말이 바뀐 「비혼종」이 있다. 혼종의 대표적인 예는「거지」「저승」「동치 미」「지렁이」등이다. 복잡한 변천 과정을 간략히 살펴본다.
「거지」는 한자인「걸」+「어치」가「거러치」>「거러지」>「거어지」로 변했다.「저승」은「뎌(피)」+「생(생)」이「뎌슴」을 거쳐 정착했다.「동치미」는「동팀(동심·겨울에 담근다)」+「이」가「동침이」로 바뀌어 연음화 된 것이다.「지렁이」는「디룡(지룡·땅속의 용)」+「이」의 변형이다.
보다 복잡한 예는 비혼종이다.「까치」「배추」「성냥」「동냥」「사랑」등이다.
「까치」는「간챡(건작)」이「간챠」>「간치」>「가치」로 변한 결과다.「배추」는「백채(백채)」가「배차」를 거쳐 변했다.「성냥」은「셕류황(석류황 )」이「석뉴황」>「석뉴왕」 >「석냥」으로 변한 것이다.「동냥」은 원래 중이 시주 쌀을 얻으러 다니며 치던 목탁인「동령」이「동녕」을 거쳐 변한 말이다.「사랑」은 헤아려 생각하다란 뜻의「사량(사량)」이 변한 것이다.
중국음을 따라 변한 귀화어는 더욱 그 뿌리를 알기 어렵다. 예컨대「시금치」「낙지」 「김치」등이다.
「시금치」는 중국어인「치근치(적근채·뿌리가 붉은 나물)」가「시근채」>「시금채」로 바뀐 것이다.「낙지」는 중국어「락디(낙제)」가 음으로 직접 귀화한 경우다. 어류 중 고등어·메기·농어·뱅어 등이 모두 같은 경우다.「김치」는 중국어「띰채(심채)」가「딤채」>「짐채」를 거쳐 정착한 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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