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시 긴급 통화 … 한·미 FTA 급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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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정상은 또 한.미 FTA 협상이 양국에 균형되게 이익을 가져옴으로써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를 재확인하고 각각 협상 대표단에 상호 최대한의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하도록 지시하기로 했다. 또한 북핵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한.미 간 협력과 조율을 높이 평가하고 조기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미국 측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인내심을 갖고 진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윤 수석은 "쌀 문제가 거론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문제가 거론됐지만 쌀 문제는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 이후 FTA 협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대 쟁점인 농업 분야 협상 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이날 "가슴이 꽉 막혀 숨도 못 쉴 것 같았는데 이제 서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양국이 구체적인 수치와 현실적인 안을 가지고 서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30일 오전 귀국하는 노 대통령은 일요일인 4월 1일 낮 12시 한.미 FTA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도하(카타르)=박승희 기자

"교역 뒤진 나라 강국 된 적 없어"
노 대통령 오늘 오전 귀국

"교역에서 주도권을 잡지 않은 나라가 강국이 된 일은 없다.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이 그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 이틀 전인 29일. 노무현 대통령은 중동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카타르 도하에 있었다. 숙소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그는 "아직은 낙관도, 비관도 장담할 수 없다. 어떻게든 잘해 나가겠다"며 "마지막 결정은 전문가가 아니라 설명을 충분히 들은 최종 책임자인 제가 내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FTA 협상을 하겠다는 결정을 한 게 노 대통령이었듯이 협상의 끝마무리 역시 최고 결정권자인 자신의 몫임을 선언한 셈이다. 지난해 2월 3일 공식 선언한 이래 1년2개월 달려온 마라톤 협상의 최종 절차다.

노 대통령은 이어 "(30일 국내에) 들어가 마지막 보고를 받고 마지막 한두 개 꼭지를 따야 될지도 모르겠다"며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고 장관별로 자기 것은 덜 주고 많이 받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잘되도록 노력할 생각이지만 거래라는 것은 서로 수지가 맞아야 한다"며 "잘 따져서 최종 시간까지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승희 기자

"NAFTA 이후 최대 무역장벽 제거"
부시, 협상 수시로 점검

한.미 FTA 협상 최종 시한이 코앞에 닥치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29일 카타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통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슈워브 대표는 원래 막판 협상을 위해 한국에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회 측과 협의할 일이 남았다며 캐런 바티아 부대표를 보냈다. 일부에서는 그가 부시 대통령과 서울의 협상팀 사이를 조율하기 위해 일부러 워싱턴에 남았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신속협상권한(TPA) 시한 내 마치려던 말레이시아와의 FTA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한국과의 FTA 성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한국과 FTA가 성사될 경우 일본 및 유럽연합(EU)과의 FTA 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한국과의 FTA 협상은 미국이 1993년 캐나다.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무역장벽 제거"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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