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금품수수 근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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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선거혁명의 주체는 유권자인 20세 이상 성인남녀 모두가 돼야 한다.
방법은 ▲금융실명제 전면실시-검은 돈의 원천봉쇄 같은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제도개혁을 한 축으로 하고 ▲「자신의 한 표를 천금같이 여기는」올곧은 주권의식의 확립을 또 한 축으로 해 전개돼야 한다.
구조의 혁명과 의식의 혁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의식의 혁명은 투표권을 양도할 수 없는 천부적 인권으로까지 귀하게 여기는데서 출발한다.
우리 선거풍토의 불행은 천부인권과 같은 투표권을「돈」에 팔아 넘기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돈」은 여러 가지 형태로 모습을 바꿔가며 유권자를 유혹한다.
직접적인 현금이나 선물·선심관광, 아니면 기름진 음식물형태로 우리의 주권을 유린하려 한다.
『먹지도, 받지도, 요구하지도 맙시다.』
유권자의 의식혁명의 제 1강령이다. 선거꾼의 금품요구 같은 s적극적 주권매매 뿐 아니라『후보 쪽에서 가져다주니 어쩔 수 없이 받는다』와 같은 소극적「받아먹기」도 거부하자는 강령이다.
그러나 2천8백40만 유권자 모두 의식이 멍들고 비열한 것은 아니다.
정당선거운동을 10여 차례 경험한 민자당 대구서갑 지구당의 조용목 사무국장(57)은『금품을 제공받는 사람들은 실제 전체 유권자의 10%미만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그리고 매표를 포함한 금품수수 빈도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분명히 줄어가는 추세』라고 장기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했다.
생활수준 향상과 선거 일상화 시대에서 금품제공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품수수는 이제 실제의 득표에 크게 효과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한경쟁 상태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초조한 후보자와 선거 때만 되면『뭐 얻어먹을게 없는가』고 기웃거리는 일부 습관성 금품중독자들 사이에 벌어지는「특수현상」이 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매표 같은 악질행태에 대해 선거운동 전문가들은『여당의 경우 통·반장 등 말단행정조직을 통해 돈이 먹힐만하다고 판단된 사람에게만 뿌려지는 게 보통』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평소 돈과 주권을 맞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도록 행동한 유권자에게 금품이 제공된다는 것이니 금품을 받은 당사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요구하지 않았더라도「저열한 행태」에 책임을 피할 수 없게되는 셈이다.
「돈」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우선 현금일 경우 돈을 받은 때와 장소, 전달자의 이름과 돈주는 이유 등을 확인하고 선관위나 검찰·경찰, 혹은 시민단체연합으로 구성된「공명선거 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에 고발한다.
공선협의 중심단체인 경실련 기획실장 장신규씨(35)는『불법선거 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정증인』이라고 했다.
새로 개정된 선거법은「금전·물품·기타이익을 수렴하거나 수렁하기를 약속 받은 선거인(유권자)이 자수한 때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돼 불법고발을 권장하고 있다.
불법선거를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공선협 같은 시민운동단체(서울 741-7961∼5)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증인으로 나서는 시민적 용기가 필요하다.
공선협은 곧 1백여 운동단체를 포괄하는 대규모로 확대개편 돼 전국적으로 불법선거 고발창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물론 선거일상화 시대의「선거혁명가」로 봉사하기 위해 공선협회원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매표보다 일반적인「주고받기」행태는 음식물제공이나 선물 돌리기(기부행위).
지난해 시·군·구 의원선거 당시 자기 집에 전달된 달력과 좀약·유리접시를 불법선거운동의 증거물로 제시해 법정에서 증인으로 섰던 한재호씨(26·서울 창신2동·숭실대 3년)는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처지에 고발까지 할 것이 뭐 있느냐는 만류도 있었으나 불법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결국 그가 고발한 후보자는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선거 출마를 포기해야했다.
작은 금품에의 유혹, 주변의 끈끈한 정에 이끌리는 한 선거혁명은 불가능하다. 한 선거구의 평균 유권자 10만명 당 단 10명만이라도 불법응징태세로 법정증인을 자청한다면 후보자들은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다.『돈 뿌리면 구속된다는 공포감을 후보자가 체득케 하는 것이 올해 공명선거운동의 기본전략』이라고 장 실장은 말한다.
한씨가 지난해 받은「경실련이 기억하고 싶은 사람」상은 그래서 그 어떤 상보다 값지고 귀하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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