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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외국인 투자관리/양재찬 경제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쌍용정유에 대한 한도초과 외국인 주식투자 사건은 증권당국·해당기업·증권사의 무관심이 빚어낸 불량품이었다. 어느 한 곳에서만이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던들 개방 이틀만에 외국인들에게 웃음거리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증권당국은 외국인들의 종목당 투자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쌍용정유의 경우 외국기업과의 합작에 의해 외국인 투자비율이 무려 35.61%에 이르는데도 이번에 외국인의 추가주식투자가 이뤄졌다.
이미 투자한도를 초과했는데도 업무소홀로 외국인 투자자 주식취득금지 종목으로 전산입력·공시되지 않은 기업이 쌍용정유를 포함,다섯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정유사건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권감독원은 외국인 투자 합작기업에 대해 외국인들의 직접투자 현황을 보고토록 했다. 10% 투자한도를 초과한 기업에 대해서는 증권전산에 입력,관리함으로써 외국인의 추가주식취득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우선 재무부 자료부터가 충실치 못했다.
쌍용정유의 아람코사와의 합작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91년 7월말에 승인됐는데 재무부가 10월 증권감독원에 넘겨준 외국인 투자기업 현황은 91년 4월말 작성된 묵은 자료여서 그같은 사실이 빠져 있었다.
상급기관이 건네준 이 자료를 받은 증권감독원은 쌍용정유의 신고가 없었어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으며,합작사실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쌍용정유측은 재무부의 합작사업인가에 이어 증권감독원 재무관리국으로부터 아람코사의 대량주식 취득승인을 받았다. 즉 증권감독원 일각에서도 합작사실을 알고 있었지만,외국인 투자관리업무를 맡아하는 국제업무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웃지못할 사실은 이번 추가취득주식중 일부는 쌍용정유와 같은 계열사인 쌍용증권이 맡아 「사자」주문을 내고 매수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계열그룹의 간판기업이 합작사로서 투자한도를 초과했는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증권사와의 매수주문액수경쟁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던 모양이다.
외국인 투자한도는 국내기업의 경영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결코 소홀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개방 첫 단계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지만,이번 일은 구조적인게 아니라 업무소홀에서 나왔다는 점이 우리를 찝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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