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일대비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최근 중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너 통일되면 좋겠느냐』고 물어 보았을 때 『별로』라는 대답을 듣고 이상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 불쑥 던진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때 부모로서, 아니면 교육자로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 주어야 좋을지 몰랐다. 지금도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로 지나가고 있다.
학교교육을 통해서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그렇게도 강조하였을 텐데 학교나 사회의 통일교육이 청소년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통일교육의 내용이 잘못되었거나 간에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통일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나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또는 한편에는 통일은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환상적인 통일 지상주의자들도 있어 통일에 대한 생각이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의 통일교육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의식과 평화롭고 자유롭게 독일을 재통일하려는 의지를 젊은이들에게 심어 주고 이를 발전시키는데 학교가 특별히 기여해야 한다는 이해의 바탕 위에서 1978년 서독 11개 주의 문교장관들은 서독연방 교육학술부가 만든 『독일문제에 대한 교육지침서』에 합의하고, 관할 학교장들이 독일의 통일문제를 각 교과목에서 다룰 때 유념하도록 하였다.
이 지침서는 통일문제와 관련한 학교의 과제, 교과서, 교사의 양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독일의 통일은 우리의 확고한 목표다. 서독이 독일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등 교사들이 수업에서 독일문제를 다룰 때 유의해야할 15개 사항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동서독의 경우와 다른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독일의 경우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통일문제를 학교수업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지침을 만들어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공통된 이해의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학교교사들 가운데에는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게 보수적이거나 또는 급진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등 견해차가 심하다. 같은 교사끼리 서로 공통된 인식을 보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존중하지 않음은 물론,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신문이나 대학교수는 「김일성 주석」이라고 해도 괜찮은 반면에 학교교사가 교실에서 「김일성 주석」이라고 하면 곤란한 입장에 놓일 수 있는 현실 속에 있기 때문에 특히 젊은 교사들이 심리적인 갈등을 경험하며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수업을 하고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을 통한 통일교육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실제로 보고 배우는 산교육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남북사회간에 더 많은 접촉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청소년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통일교육과 관련한 연구가 나와서 통일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학계에서 통일교육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민족공동체 교육, 그리고 통일국가 교육은 향후 통일교육의 위상정립을 위해 바람직한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완(교육개발원비교교육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