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상수지 눈덩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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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등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엔화는 25~30%, 위안화는 30% 정도 평가절상해야 한다."

2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국 워싱턴의 국제경제연구원(PIIE), 브뤼겔 연구소는 '글로벌 불균형, 이제 행동할 때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환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 제안 보고서는 미.일 등의 환율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국의 순 해외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6년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의 8% 규모에서 2011년에는 15% 수준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미국이 전 세계에 빚을 끌어안고 가는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수용 가능한 수준'인 GDP 대비 3% 수준으로 낮추려면 무역수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동아시아 간의 무역 불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 미국은 8700억 달러(GDP의 6.6%)의 경상 적자를 기록한 반면, 중국은 1800억 달러(GDP의 7.2%), 일본은 1700억 달러(GDP의 3.7%)의 경상 흑자를 올렸다. 보고서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일본과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특히 동아시아 통화 협력을 주도하는 일본이 달러에 대한 동아시아 환율 조정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10년 불황' 기간에는 엔화 약세와 낮은 이자율을 용인할 수 있었지만,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이 통화 정책과 환율을 세계적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엔화에 대해 "현재 달러당 118엔 정도인 엔화를 달러당 90엔 수준으로 25~30% 절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향후 30% 정도의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며 향후 3~4년간 매년 10% 정도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고, 그 후에는 외환 개입을 완전히 철폐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보고서는 원화에 대해서는 약한 수준의 조정을 권하는 데 그쳤다. 원화가 이미 상당 수준 평가 절상돼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상수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대로 약간의 흑자 수준을 유지한다면 소폭의 평가 절상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KIEP 등의 예측처럼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면 절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불균형' 정책제안보고서는 올해 2월 8~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KIEP, PIIE, 브뤼겔 연구소 등 3개 연구기관이 공동주최한 '글로벌 불균형의 성공적인 조정을 위한 워크숍'을 통해 작성됐다. 이 워크숍에는 버클리대 베리 아이헨그린 교수, IMF 탐 바유미 연구원 등 30여 명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참가했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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