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얼굴 파리도서관 건립 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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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랑스는 지금 파리 중심부에 세워질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관 건립을 놓고 찬반 양론으로 나둬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파리에 세워지는 건축물은 단순한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얼굴을 바꿔놓는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어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새로 계획중인 도서관이 자리할 곳은 현재 중앙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는 19세기의 화려한 건축물이 있는 곳이다.
앙리 라브루스트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그동안 파리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나 비좁아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것.
새 도서관 건물은 72만6천평방피트(약2만2천3백평)규모에 13억달러(1조원)의 예산을 들여 1천5백만권의 장서를 소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조는 「L」자형 24층 건물 4개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펼쳐진 4권의 책을 상징한다고 설계자 도미니크페롤은 설명한다.
올해 38세의 신진 건축가 페롤은 이 도서관과 인연을 맺기 전만해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는데 파리시민들은 이 같은 대형 건축물의 설계가 무명의 건축가에게 맡겨진데 대해 놀랐으며 페롤이 내놓은 설계의 웅장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 신축도서관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설계단계부터 프랑스 고속열차인 TGV에서 따온 TGB(가장 큰 도서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이 도서관 건립계획이 지식인들로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프랑스의 저명한 지식인 1백명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도서관 건립계획을 당장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지난 6백년동안 모아진 국가의 지적인 유물들은 좀더 신중한 취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축도서관이 『웅장한 디자인으로 인해 도시미관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도서관 사서들과 애서가들도 새 도서관이 유리벽을 통해 너무 많은 햇빛이 들어옴에 따라 고서들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으며 4개의 건물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시민들이 책을 찾아보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반대론자들은 이번 도서관 신축계획이 미테랑 대통령의 건축에 대한 고집을 반영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계획은 미테랑 대통령에 의해 주도되면서 그의 개성을 반영, 최대 규모에 가장 웅장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미테랑 대통령은 지식인들의 반발이 있자 이 계획을 일단 보류시키고 도서관건립위원회에서 재검토가 끝나는 이달 말에 가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파리의 세계 최대규모 도서관 신축은 전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잉태의 고통을 겪고 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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