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현대사회에서의 '바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이승연(쌍문초 6)

<가> 어릴 때, "바보"하고 때리고 간 사촌 오빠는 궁금증이 많은 나에게 하나 더 안겨주었다. 그 후로 사촌 오빠를 만날 때마다 "오빠 바보가 뭐야?"라고 물어보았었다. 지금 초등 6학년이 된 지금은 그 일은 까마득히 멀리 있었던 일이다.

<나> 바보란 무엇일까? ⓐ예전과 달리 난 바보라는 말을 뜻 모르고 그냥 재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쁜 뜻인 줄만 알았지만 생각해보면 애정커플은 "바보"를 내가 생각하는 "바보"랑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보기 글 (가)이다.

<다>친구들과 한참 다른 친구.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정직하게 하는 친구. 그런 것을 비유적으로 "바보"라고 하는 것이다. 나도 가끔 일기 검사 안 하는데 매일 일기 쓰는 친구. 선생님이 책 가져 오래서 만화책만 가져오는데 혼자만 소설책 가져오는 친구. 선생님이 설명하실 때 혼자만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쳐다보는 친구들이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라> ㉮너무 정직하고 착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를 "바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보기 글 (나)를 보아도 그렇다. 장 박사는 너무 착했기 때문에 적자가 날 것을 알면서도 환자들을 위했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 다른 취급을 당했기 때문에 바보 소리를 들었다.

<마>㉯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와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는 점점 더 격해지고 시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바보라는 조그마한 말에도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발전할 것이다.

첨삭·총평

승연 학생은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승연 학생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논제 쓰기에 적절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지나친 감수성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가> 단락이 이에 해당한다. 지나치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글의 내용과 구성을 살펴보자면 우선 승연 학생의 글에서 돋보이는 점은 제시문 (1)과 (2)의 내용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바보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논제에서 요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 ㉯가 그것인데, 우리가 쉽게 쓰는 '바보'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긍정적인 의미가 더 많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라고 불리는 이유는 현대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또한 <다>에서는 제시문 (1)의 밑줄 그은 부분을 대신할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전체 글의 구성에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어 글의 일관성이 잘 지켜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는 <마> 단락에서는 '바보' 아닌 사람이 '바보'로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더 이상 억울한 바보가 생기지 않을 방법까지 제시하며 간결하게 글을 정리하고 있다. 글 전체의 구성은 <가> 단락을 제외하고는 '서론-본론-결론'의 구조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각 부분의 내용 구성도 무리 없이 이루어져 있다.

단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상에 치우친 글쓰기에 주의해야 하며, <나>단락의 ⓐ 부분에서 '애정커플의~' 부분은 이 글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선영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다음 주제=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김치 냉장고는 옹기의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에어컨은 부채의 원리에서 착안한 것이고요. 그런데 이런 지혜와 기술을 가진 전통 문화 보유 전수자(무형 문화재)들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생계를 위해 전통 문화 전수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편리한 생활 도구 발명' 중 무엇에 더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요? 자신의 생각을 써 보세요.(600자±100)

※보기 글은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보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