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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매매」 대비해야 한다(개방증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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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특정종목에 「10%한도」 초과주문/통화·환율 「돌발변수」 가능성도
단 하루를 가지고 앞날을 모두 가늠할 수는 없지만 개방 첫날인 3일의 증시는 우리 경제가 깊이 음미해볼만한 몇가지 지표를 남겼다.
「닫힌 경제」에서 「열린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어떠한 궤적을 그릴 것인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일 하루의 매수주문 1천56억원은 우리 총통화잔액(약 80조원) 대비 약 0.13%에 해당한다.
이중 실제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은 68억6천5백만원어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증시를 통한 외국인의 주식 매수·매도가 얼마든지 우리의 통화관리에 「돌발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3일 하루에만 국내 외환시장에서 주식투자를 위해 원화로 환전된 돈은 약 4천2백만달러(약3백20억원)였다.
3일 하루의 전체 외환거래규모가 2억6천만달러이니 주식투자용 환전이 환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우나,3일 하룻동안 달러당 1원80전이 떨어진 「원화강세」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환율이 이제는 「무역수지」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유출입,곧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본수지」에 따라서도 움직일 것임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성향을 어느 정도나마 짚어볼 수가 있다.
예상보다 많은 3일의 외국인 매수주문을 놓고 우선 싸기 때문에 몰렸다는 분석이 많다.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주가가 싸다고 판단될 땐 무차별적으로 매입하는 속성을 갖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최근 우리경제형편이 비록 어렵긴해도 지수 6백선은 바닥권이라는 인식을 외국인들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증시 전반에 대한 낙관이라기보다는 주가가 싼 일부종목에 대한 집중매입으로 보아야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어느 종목이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외국인들이 즉각 팔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외국인들이 집중 매입한 종목은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우선 지난해 10월 엥도수에즈은행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증권을 갖고 있다가 기한이 차 국내주식으로 바꾼뒤 이를 매각한 대금으로 사들인후 계속 인기를 끈 한국이동통신·롯데제과 등이 있다.
또 한국타이어·인천제철·고려화학·경원세기·녹십자·동아제약·동양제과와 같이 기업의 내재가치와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편인 이른바 「저PER」(주가수익률) 종목이다. 삼성전자·대우증권 등 업종별로 그 대표주자인 우량종목들에 대해서도 사자주문을 냈다. 그러나 우리가 우량주로 치는 증권·은행주는 신설사를 빼곤 외면당했다.
이중 특히 지난해말부터 최고 주가수준을 보이고 있는 한국이동통신은 이날 종목당 투자한도인 10%선에 꽉 찼으며,외국인 매수주문이 크게 늘어나자 백양·안국화재·롯데제과·나산실업 등도 매수주문 기준으로 1% 투자한도를 초과하기도 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도가 거의 찬 일부 종목의 매입을 적극적으로 서두르는 것은 개방과 함께 한도가 차기 전에 빨리 사서 한도초과와 함께 해당주식이 귀해지면 외국인들끼리의 장외거래때 웃돈을 붙여 팔아넘김으로써 이익을 챙기려는 계산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라별로는 영국계가 이날 전체 사자주문의 79%를 차지했다. 영국 슈로더증권사가 설립한 슈로더코리아펀드의 경우 이날 매수주문의 4분의 1인 2백50억원의 사자주문을 냈다. 인베스코밈사의 드레이톤코리아트러스트,RIT캐피틀파트너스사 등도 각각 1백30억원 규모의 주문을 했다.
2억5천만원이상의 대량 매수주문을 낸 외국기관 투자가는 15개였는데 이중 영국계가 9개나 됐다.
이를 두고 일부 증시관계자들은 영국계 투자회사들이 해외증시에서 짧은 기간동안에 사고 팔아치우는 단타매매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관심을 끌었던 일본투자자의 경우 이날 매수주문이 전혀 없었다. 미국 또한 거의 없었다.
또 3일의 많은 사자주문은 개방 첫날의 「기념성주문」 성격이 강하므로 섣부른 흥분과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투자행태에 너무 휩쓸리지말고 차분하게 개방된 국제증시수준에 우리증시를 다져나가야 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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