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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새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낸 지난 한해에 비해 새해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더 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개개인의 관점에서는 숱한 고생을 이겨낸 경험으로 보아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무슨 어려움인들 이겨내지 못할까 하는 소박한 낙관론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한편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생수시판여부 등과 관련, 식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서 약수터에는 소위 약수를 뜨려는 행렬이 더 길어지고, 나날이 늘고 있는 차량행렬 틈에서 오염되는 대기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안이 교차하며, 증가하는 골프장의 농약 때문에 홍수가 나고 강물이 오염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시비가 커지는 것을 보면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많이 높아지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이 이젠 각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투자 우선 순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에 이해가 가고, 또 조금만 살림이 더 커지면 환경문제에 대한 투자여력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너무 늦어버리지 않나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기오염을 걱정하면서 계속 담배를 피워 물고, 독한 술을 마시면서 식수를 탓하며, 쓰레기 분리수거에는 협력하지 않으면서 환경보전에 관해 걱정하는 것 등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11년만에 후진국 전염병인 콜레라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은 물론 반성해야 할 일이겠지만 지난 1년간 전세계에 콜레라가 창궐하여 80만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1만여명이 사망했다는 지구촌의 여건을 고려해야 하고, 또 해외여행 빈도가 높아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에 대비, 주의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더구나 지난 1년 동안 콜레라로 인해 전세계에서 희생된 사람 수와 비슷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실행하면서 자신과 다음 세대의 건강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에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서정돈교수<서울대의대·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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