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사이에 끼인채 "출발"…50代 승객 지하철 참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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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하철에서 내려 승강장을 걸어가던 50대 시민이 출발하는 전동차 사이에 몸이 끼어 끌려가다 바퀴에 깔려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6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승강장에서 의정부행 264호 전동차에서 내려 출구 쪽으로 걸어가던 金모(58.노동)씨가 이 열차의 3번과 4번 객차 틈새(간격 40㎝)에 몸이 빠진 채 4~5m가량 끌려가다 열차 밑으로 떨어져 숨졌다.

당시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이 金씨가 전동차 사이에 몸이 끼인 것을 보고 전동차 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했으나 기관사와 차장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열차를 출발시켰다. 사고 이후 역무원들이 달려갔으나 열차 밑으로 떨어진 金씨는 두 다리가 절단돼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장을 목격한 金모(39)씨는 "앞에 가던 50대 남자가 약간 비틀거리더니 순식간에 객차 사이에 몸이 끼었으며, 곧바로 전동차가 출발해 구조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부천지역에서 노동일을 하는 金씨는 이날 송내역에서 전동차를 탔으며, 회기역 앞에서 마을버스로 성동구 옥수동의 자택으로 퇴근하던 길이었다.

회기역 의정부 방면 승강장에는 사고가 난 지점 바로 앞을 비롯, 모두 세곳에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기 위한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었다.

CCTV를 확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사고 전동차 차장 朴모(33)씨는 金씨가 객차 사이에 몸을 끼인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기관사에게 발차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고 전동차의 차장.기관사는 다음역인 외대앞 역에 도착해서야 사고 소식을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확장 공사 중인 회기역은 승강장이 곡선으로 설계돼 있어 승강장과 전동차의 간격이 17㎝로 일반 직선 구간의 간격(10~14㎝)보다 넓지만 안전 규정을 위반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일단 金씨가 술에 취하거나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발을 헛디디면서 기울어진 몸이 객차 사이 공간에 끼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金씨의 발이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어 몸이 전동차 쪽으로 끌려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뒤 차장.기관사.역무원들을 불러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뚜렷이 사고 원인이 밝혀진 것은 없다"며 "정밀 재조사를 벌여 전동차 승무원들의 과실 여부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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