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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재용기자의행복연금술] 묻어둔다고 오르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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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나 부자야. 인텔주식이 6달러일 때 사뒀거든." 1998년 개봉한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여주인공 멕 라이언의 친구로 나온 배역이 읊조린 대사다. 당시만 해도 인텔주가는 장기보유종목의 대명사로 통했다. 요즘은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지만 말이다.

최근 우리 투자자들도 한 20, 30년쯤 '묻어둬도' 좋을 만한, 장기보유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 증시에도 그런 종목이 존재할까. 지난해 4월 '명품주 30선'을 발표해 눈길을 끈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찾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바로 주당순이익(EPS.회사의 순익을 그 회사 총주식수로 나눈 것)이 꾸준히 느는 종목을 눈여겨 보라는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90년대 이후 EPS가 꾸준히 증가한 것은 오뚜기와 에스원 딱 두 군데다.

그럼 이들 두 종목의 최근 성적은 어떨까. 실망스럽게도 오뚜기는 명품주로 선정된 지난해 4월18일 이래 이달 19일까지 수익률은 마이너스 28%다. 수익률이 뒷걸음친 건 에스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30개 종목 모두가 시원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명품주로 꼽힌 한국카본은 같은 기간 75.53%가 넘은 수익률을 냈다.SK가스도 그 이후 55%나 치솟았다.

명품 30개 전종목을 따져보면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이 각 15개로 똑같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장기 투자 수익률이다. 이들 30종목이 지난 5년간 거둔 수익률 평균은 160%.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58.19%)의 2.7배를 웃돈다.

오뚜기도 5년 수익률을 따지면 261%에 달한다. 에스원(107%) 역시 마찬가지다. 5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은 기록한 것은 강원랜드(-2.15%) 뿐이다.

달리 해석하면 마라톤처럼 긴호흡으로 달리길 좋아하는 이들 종목은 단타 매매를 일쌈는 투자자와는 애초부터 '궁합'이 안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부사장도 그의 책('반드시 돈이 되는 저평가주를 짚어주마')에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니프티-피프티'시대가 곧 온다"고 전망했다. 니프티-피프티는 미 증시에서 손꼽히는 장기보유 50종목이다. 존슨앤존슨.맥도널드 등이다.

이들 종목은 1970년에서 2004년까지 평균 50배 정도 주가가 뛰었다. 같은 기간 한 열배쯤 오른 다우지수의 상승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그럼 나머지 종목들은? 대부분은 철저히 소외되는, 극단적인 양극화 장세가 펼쳐졌다고 한다. 서랍 어딘가에 모셔둔 주식 위탁계좌를 꺼내 투자 종목을 확인해볼 일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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