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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쇼핑몰 경매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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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법원 경매시장에 패션의류.전자제품 등을 전문적으로 파는 테마쇼핑몰 점포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경매에 넘겨지는 것이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은 올 들어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지역 유명 테마쇼핑몰 점포가 600여 건에 이른다고 26일 밝혔다. 주로 의류를 다루는 동대문상권에서 올 들어 '밀리오레' 15개, '헬로우APM' 13개, '뉴존' 39개, '시즌' 20개 점포가 각각 경매에 부쳐졌다. 전자제품 매장인 구의동 '강변 테크노마트'와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도 각각 18개와 11개의 점포가 나왔다. 강남역 인근 패션의류상가 '점프밀라노'의 경우 390개 점포가 경매에 나와 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테마쇼핑몰 점포가 이렇게 많이 경매에 나온 적이 없었다"며 "임대가 되지 않거나 분양이 되지 않아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점포들"이라고 전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연구원은 "몇 년간 테마쇼핑몰 공급이 많은 데다 경기 침체로 찾는 고객은 줄어들고 할인점.온라인쇼핑몰 등 경쟁업체는 늘어나 테마쇼핑몰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대문 상권의 경우 빈 점포가 30%를 넘기 일쑤다. 임대료도 1층 기준으로 지난해 보증금 5000만원, 월 600만원에서 올 들어 보증금 3000만원, 월 4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임대가 나가지 않아 월 30만원 정도의 관리비도 못 내는 주인이 적지 않다"며 "상가 웃돈인 '권리금'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상가시장 전망이 밝지 못해 테마쇼핑몰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동대문 뉴존상가 39개 점포 중 29개가 지난 6일 세 번째 경매에서 모두 유찰돼 4월 10일 네 번째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잇따른 유찰로 예정가는 감정가의 51%로 떨어졌다. 55개 점포가 한꺼번에 경매에 오른 서울 영등포 '지뗌'은 최근 감정가의 13% 선에서 간신히 주인을 찾았다.

경매물건 명단에 오를 테마쇼핑몰 점포는 더 늘어날 것 같다. 남대문 H공인 박모 사장은 "테마쇼핑몰 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2년 전 6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지금 1500만원까지 떨어졌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대개 2억원 이하인 테마쇼핑몰 점포 투자자 가운데 힘들여 모은 돈으로 점포를 직접 운영하거나 임대 수입을 기대한 서민이 많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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