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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용도 현실풍자 내용 많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평생소원이던 조국방문의 꿈」을 이룬 박헌영 전북한부총리경 외교부장의 딸 박비바 안나씨(63·소련국립 모이세예프 민속무용학교 교수)가 27일 한국무용협회를 방문, 무용인 조흥동(한국무용협회이사장)·문일기(국립국악원 무용단 상임안무)씨와 만났다. 중앙일보 초청으로 남편 빅토르 이바노비치 마르코프씨(62·화가)와 함께 한국에 온 박비바 안나씨가 국내 무용인들과 나눈 이야기들 가운데 소련 무용계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소개 한다. 【편집자주】
▲조흥동씨=「남노당 지도자요, 북한정권의 2인자였던 인물의 외동딸이 한국땅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월의 엄청난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더구나 박선생의 조국방문기간중 국적이 소련에서 러시아 공화국으로 바뀔 정도로 격변하고 있는데 그곳 무용계는 어떻습니까.
▲박비바 안나씨=전에는 무용을 포함한 무대공연물의 내용이 폐쇄적·획일적이었던데 비해 요즘은 현실풍자적·비관적인 공연이 늘고 한결 다양해 졌습니다. 특히 최근에야 생기기 시작해 젊은 관객들의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현대무용단들이 그런 경향이지요.
공연수입도 이제는 국고로 들어가지 않고 무용인들 자신에게 돌아와 수입이 다소 많아지고 자유로워지는 등 공연활동 여건은 전체적으로 훨씬 나아지고 있습니다.
▲여일기씨=세계 수준의 무용수들을 길러내는 소련의 무용교육제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박=민속무용을 전공한 제 경우는 유치원에 다니던 6세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3∼14세에 입학해 일반학교 교육과 함께 각종 춤실기 말고도 예술사·민속음악등을 집중 지도하는 모이세예프 민속무용학교를 졸업하고 모이세예프 민속무용단원으로 활동했지요. 지금은 1주일에 두번씩 모이세예프 민속무용학교에 나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만.
발레분야도 재능 있는 어린이들이 유치원 무렵부터 특별지도를 받는데 10세때부터 본격적인 발레교육을 시키는 볼쇼이 발레학교는 9년과정이에요.
▲조=박선생님께서는 월북무용가 최승희씨한테서 한국무용을 직접 배우신 걸로 아는데, 혹시 그의 근황에 대해 알고 계신지요.
▲박=지난 49년 모이세예프 민속무용단과 함께 평양에 갔을 때 김일성 앞에서 공연도 하고 한달 쯤 최승희선생한테서 한국무용 기본동작을 배웠어요. 모스크바 모이세예프 민속무용학교에서도 최선생의 딸 안성희씨가 한국무용을 가르쳤고, 지난 5월엔 베리오즈카 국립민속무용단 무용수인 우리 딸이 평양에 다녀왔지만 별다른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습니다. 최선생은 정말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는데…
▲여=바리시니코프나 누레예프등 세계 정상의 소련무용수들이 해외로 망명한데 대한 소련무용계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박=그들이 망명했을 당시만 해도 언론통제가 하도 심해 누가 왜 어디로 뗘났는지 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어요. 개방덕분에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고는 모두들 「예술의 자유」를 찾아간 그들의 어려운 결단을 이해하게 됐지요.
이날 국립극장에도 찾아가 국립무용단원들의 한국무용 기본동작 연습과 『산조』및 『부채춤』시연을 관심 깊게 지켜본 박씨는 『우리민족의 오랜 역사와 훌륭한 문화전통을 엿볼 수 있는 춤』이라며『특히 내면세계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정적 춤사위의 예술성은 가위 세계적』이라고 극찬했다.
『원색의 한복과 학의 날갯짓 같은 춤에 이렇듯 매료되는 나는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라며 박은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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