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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두 집 살림' 버겁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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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베어벡 감독이 24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0-2로 뒤진 상태에서 후반 종료가 다가오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수비에서 조직적인 실수가 있었다.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좋은 교훈을 얻었다."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밤 우루과이와의 평가전(0-2패)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베어벡은 이날 경기의 실점 장면을 차분히 짚고, 교훈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대표선수들을 돌려보낸 뒤 12시간 만에 올림픽대표팀을 소집했기 때문이다. 올림픽팀은 25일 낮 12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오후 4시30분부터 훈련에 들어갔다. 사흘간 훈련하고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우즈베키스탄전(28일 오후 8시.안산 와스타디움)을 치러야 한다.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베어벡 감독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틈이 없다. 6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정경기(올림픽 예선)를 다녀온 뒤 곧바로 국가대표 명단을 추려 우루과이전을 준비했다. 그렇다고 올림픽팀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편법을 썼다. 26명의 우루과이전 대표선수 명단에 기성용(18.서울), 강민수(21.전남) 등 올림픽팀 선수 7명을 포함시킨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올림픽팀 핵심 선수를 대표팀에 넣어 '양수 겸장'으로 훈련시키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이 7명은 우루과이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공수에서 무기력증을 드러내며 완패했다. 남미 징크스를 깨기는커녕 우루과이에 4전 전패의 수모를 안았다. 특히 수비진의 조직력과 집중력이 크게 흔들렸다. 소속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로 뛰는 김상식(성남)과 김동진(러시아 제니트)을 중앙수비 콤비로 기용한 것, 원톱(조재진)이 꽁꽁 묶인 상황에서 단조로운 측면 공격을 고집한 점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베어벡 감독은 28일부터 6월 6일까지 네 차례 올림픽 예선(원정 2회)을 치른 뒤 아시안컵(7월 7일 개막)을 위해 국가대표를 소집한다. 코칭스태프는 베어벡-홍명보.고트비(이상 코치)-코사(골키퍼 코치)로 두 팀이 똑같다. 베어벡이 관리해야 할 선수가 양팀 합쳐 50명이 넘는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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