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열린 각그룹 임원인사/긴축경영 「체중줄이기」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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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회장 친정체제… 기술중시 뚜렷 삼성/능력·업적감안 젊은경영진 발탁 럭금/물갈이 없이 자율경영체제 강화 한화
주요 대기업그룹들이 새해를 앞두고 임원인사를 속속 단행하고 있다. 재계의 별들이 연이어 자리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뚜껑이 열린 그룹별 인사의 특징은 ▲삼성 대폭승진 ▲럭키금성 소폭증진 ▲쌍용 세대교체 ▲한국화약 현체제 고수 ▲선경종합상사 중심승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재계인사는 이같은 개별기업의 특성외에 공통분모가 몇가지 있다.
우선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경영진을 출범시키기위해 각 그룹이 예년보다 인사시기를 다소 앞당겼다. 또 올 한햇동안의 경영실적이 그리 좋지않아 승진폭이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대부분 예년수준을 유지하거나 승진폭을 오히려 늘렸다. 그동안 계속돼온 일이지만 대부분의 그룹들이 올해도 자율경영·내실다지기·기술중시 측면에서 인재를 발탁한 흔적이 돋보인다.
이밖에 일부 그룹에서는 최고 경영진의 물갈이가 거의 없었는데 이는 경영환경이 어려운만큼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계속 끌어나가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아직까지는 어느 그룹이든 감량경영이나 경영실적 부진을 묻는 문책인사가 거의 표출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신임임원들의 진입에 밀린 「체중줄이기」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재계 관계자들이 많다.
▷삼성◁
자율경영과 기술중시를 배경으로 가장 큰폭의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최고 경영진을 창업이래 최대 규모로 개편한 지난 16일의 대규모인사에 이어 26일에는 무려 2백17명의 임원을 승진시킴으로써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를 굳히는 정지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최고경영진 인사를 통해 이회장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사람을 많이 골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신임이사를 1백1명이나 발탁하면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명을 기술부문과 해외부문에서 뽑은 것도 삼성이 나아갈 방향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또 이번 인사를 통해 부사장급이상의 임원을 많이 승진시켜 최고경영자층을 한층 젊고 두텁게 했다.
또 컴퓨터부문등 올해 영업실적이 좋지않은 일부 분야에서도 문책인사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도 특기할만하다.
▷럭키금성◁
임원 승진 규모가 90년 1백78명,91년 1백66명에 못미치는 1백36명에 그침으로써,경영환경의 악화가 「소폭 승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급에서는 부사장의 사장승진이 7명이나 나와 역시 젊은 경영진을 두텁게 보강한 점이 두드러진다.
구회장의 사촌인 구자원 럭키개발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경영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났는데 그룹측은 전문경영진에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서 였다고 밝혔다.
럭키금성그룹은 자율경영의 정착과 조직활성화 차원에서 능력과 업적을 중시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화약◁
임원 승진폭은 작년의 39명보다 6명 늘어난 45명이었지만 최고경영진은 자리바꿈이 거의 없었다.
서울 청량리 역사와 플라자호텔의 경영을 맡고 있던 김영규씨가 그룹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제외하면 최고경영자의 물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현체제를 고수함으로써 자율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쌍용◁
지난 11일 40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는데 사장 3명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부사장 4명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장자리를 내놓은 그룹 원로들은 계열사 회장이나 고문자리를 맡았다.
쌍용그룹은 『이번에 자리를 옮긴 사장들은 5∼6년간 한자리에 계속 있었기 때문에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밝혔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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