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드라마 개척 김기팔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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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방송작가이자 극작가인 김기팔씨가 24일오후8시 서울강동성심병원에서 별세했다. 55세.
김씨는 『땅』『제1공화국』등 정치·사회적 상황을 다룬 TV·라디오드라마를 주로 집필하며 방송드라마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토지문제를 중심으로 해방이후의 사회상을 그린 TV드라마 『땅』은 방송사 안팎의 압력으로 지난4월말 도중하차,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김씨의 작품세계는 멜러물이나 가족얘기를 그리는데 쏠려있는 국내 TV드라마 풍토와는 달리 빈부의 격차, 왜곡된 근·현대사의 감춰진 부분, 정계비화등 드라마의 현실주의를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때문에 김씨의 작품들은 방송될 때마다 유독 인기와 수난을 동시에 받는 특성을 가져왔다.
지난60년 『해바라기 가족』으로 방송작가의 길에 들어선 김씨는 유신시절 라디오정치드라마『정계야화』를 통해 일약 유명작가로 부상하며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후 세차례나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김씨는 TV드라마에서도『거부실록』『억새풀』등을 집필, 근대사의 사회변화를 그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아울러 기업드라마인『야망의 도시』, 본격 정치드라마인『제1공화국』『제2공화국』등을 잇따라 발표,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과 그 이면을 정면으로 묘사하는데 관심을 가져왔다.
김씨는 방송작가 활동중에도 짬짬이 희곡을 써내 80년대초 국립극단이 공연한 『팡야』 등 5∼6편의 희곡작품을 남겼다.
최근『땅』의 재방가능성에 대비, 미완부분의 원고집필을 준비하기도 했던 김씨는 못다쓴 얘기를 소실로 펴내기 위해 3부작중 1부만 완성한채 타계해 주의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인숙씨(48)와 4녀가 있다. 발인27일 오전7시.(487)9899.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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