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장비만 9t…베이스캠프 출정 끝낸 원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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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한 뒤 엄홍길원정대장(이하 엄대장)을 맞이한 현지 가이드는 숙소로 가는 차안에서 현재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100여명이 넘는 미국인 의사들이 주축이 된 대규모 등정팀과 다른 몇 개의 원정팀이 한꺼번에 몰렸다며 베이스캠프의 모습이 대단할 것이라고 했다. 엄대장이 이끄는 이번 로체샤르,로체남벽 원정대(이하 로체팀)의 인원은 22명. 엄대장의 팀보다 무려 5배 정도가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미국 원정팀이 세계 최고 높이의 봉우리를 그들의 발 아래에 두는 꿈을 이루려 베이스캠프에서 북적거리고 있는 셈이다.

100여명의 인원이 해발 5300m의 고지에서 무려 두달여 동안 먹고 자며 정상등반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식량과 장비가 필요할까. 미국팀의 화물 규모를 대략이나마 산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 로체팀의 화물 규모를 가늠해 봐야 할 것같다. 17일 인천 공항에서 화물로 보낸 원정소요물품의 중량은 916kg. 추가 화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규정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각자 15kg 가량의 짐을 등에 지고, 손에 들고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보면 화물로 보낸 916kg의 화물외에 270kg(18 x 15)이 더해져 1186kg이라는 총중량이 나온다. 이게 다였을까. 선발대 4명이 네팔 카트만두 현지에서 마련한 각종 물품의 중량을 합치면 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8일 현재 무려 9t이 넘는다고 했다. 1인당 409kg정도인 셈이다.

비용과 운반의 용이성 때문에 어느 정도 궁핍을 각오하고 줄인 화물의 규모가 이 정도였으니 더욱 풍족한 등반을 즐기는 미국팀의 경우, 우리보다 대략 20%정도 화물량이 많다고 보면 그들의 화물은 4만9080kg, 즉 49t쯤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 상업원정을 하는 미국팀의 경우 종종 베이스캠프 위쪽에 설치되는 캠프1이나 캠프2까지 대리석 탁자에 식기 세트까지 설치해 히말라야에서도 호사를 즐긴다고 하니 미국원정팀 화물의 총량이 한국원정팀 화물량 총량에 20%정도 가산된다고 보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네팔 정부는 포터 1인당 운송 무게를 30kg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4만9080kg의 화물 중에서 등반대원 100명이 각자 직접 지고 가야 하는 10kg 정도의 개인장비 무게를 합산한 1000kg을 공제한 나머지 4만8080kg의 화물은 포터와 야크들이 운송해야 한다. 순수 인력으로만 짐을 옮길 경우 포터 1인당 30kg으로 운송량을 제한하는 네팔 정부의 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무려 1602명 정도의 포터가 동원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전체 화물을 인력으로만 옮기지는 않는다. 베이스 캠프에 이르는 길에서는 야크가 인간보다 많은 화물을 지고 간다. 야크는 보통 포터가 지고가는 30kg보다 두배인 60kg의 화물을 지고 간다.

포터와 야크를 어떤 식으로 조합하든 어쨌든 대단한 캐러반 행렬이었을 것이다. 수백명의 포터와 100명의 산악인, 그리고 수백마리의 야크떼가 연출하는 행렬의 모습이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계속....

카트만두에서= 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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