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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시민겨냥 화풀이 난사/총기 남용(추적’91: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범죄와의 전쟁」계기 전원무장/교육·훈련등 안전관리는 소홀/「러시안 룰렛」등 경찰관자질도 문제
6월26일 밤 서울 북부경찰서 도봉파출소 김준영순경(27)이 권총을 난사,일가친척 4명의 목숨을 앗으며 핏자국으로 얼룩졌던 의정부시 금오동 「미래식당」 앞길은 이제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사라져버린 「악몽의 거리」로만 남아있었다.
사소한 주차시비가 발단이 되어 30대형제와 그 사돈부부를 무참히 살해했던 이 사건은 경찰관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었다.
사건의 후유증은 김순경가족과 피해자인 김기환씨(60·숨진 경배·성배씨의 부친)가족 모두에게도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살인마의 집」이라는 붉은 스프레이자국이 아직도 담벼락에 선명히 남아있는 부근 김순경의 2층집에는 다른 사람이 이사해 살고있었고 김기환씨가족도 식당·정육점 2층건물을 서모씨(42)에게 세준채 서울로 이사를 가버린 상태.
특히 김순경의 부모는 동네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사건 40여일뒤인 8월7일 바닷가인 전남 영광군으로 떠났으며 함께 살던 형의 가족도 서울 합정동으로 이사,9월 사형을 선고받은 김순경과 함께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웃주민들에 따르면 김순경의 가족은 이사하는 당일에도 이삿짐센터의 인부만이 나타나 짐을 꾸려갈 정도로 행선지를 감추는등 극심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인 김씨가족도 김순경 가족의 이사10일후인 일요일새벽 「전격이사」를 가 김씨만이 한달에 한차례씩 월세수금차 나타날뿐 동사무소에 전출신고 조차 안해 거처를 알고있는 동네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겼다』는 여론이 가라앉을 무렵인 11월16일 서울 구로경찰서 구로6파출소 소속 김현용순경(39)이 이혼한 부인을 권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자신이 경영하던 구로 5동 신인미용실내에서 「경찰관 전남편」에게 실탄 1발을 머리에 맞은 문경숙씨(34)는 결국 입원 16일만에 숨져 화장터 주변에 한줌재로 뿌려지고 말았다.
문씨가 경영하던 미용실은 유족들이 입주당시의 권리·전세금보다 훨씬 싼 가격에 세를 내놓았으나 『재수없는 가게』라는 소문으로 그나마 값을 절반으로 깎으려한다는 것이 미용실직원들의 주장이다.
김순경의 제주집에 맡겨져있는 외아들(6)은 영문도 모른채 『엄마,아빠』를 찾아 가족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두 김순경의 총기난동사건에 앞서 1월에는 경찰관 3명이 시민과 러시안 롤렛게임을 하다 1명이 숨지고 5월에는 인천에서 경찰이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을 차량절도범으로 오인,실탄을 쏴 중상을 입혔다. 또한 11월 경북 영천에서는 경찰관이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동거녀의 어머니에게 가스총을 쏘고 흉기로 찔러 숨지게하는등 올 한해는 특히 경찰관들의 총기 사고가 많았다.
경찰청의 총기관리지침상 ▲비위·과실로 인한 징계대상자 ▲형사사건연루자 ▲가정불화경관에게는 총기지급이 금지되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게 문제점.
김준영 순경은 폭력사건으로 견책을 받았었고 김현용 순경은 『성격이 급하고 이혼등으로 가정환경이 복잡하다』고 신상카드에 적혀있었다.
잇따른 총기사고의 여파로 올가을 국정감사에는 경찰관총기남용이 집중거론되어 올한해 경찰의 경찰관총기남용이 집중거론되어 올한해 경찰의 실탄사용(5백89발)이 전년에 비해 1.8배 증가하고 총기 남·오용에 따른 인명피해건수도 「범죄와의 전쟁」 선포이후 2.8배나 폭증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경찰은 그러나 경찰관 소양,총기안전교육의 내실화와 총기지급,관리철저감독등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고무 기절탄」개발지급등 즉흥적인 처방만을 내렸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하는등 근시안적 대책에 급급하고 있어 제3,제4의 김순경사건이 우려되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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