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부자' 일단 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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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호 회장과 아들 강문석(수석무역) 대표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동아제약 분쟁이 일단락됐다. 29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 간에 표 대결을 하지 않기로 부자(父子)가 합의했다. 22일 동아제약에 따르면 강 회장은 상대방인 강 대표와 유충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의 경영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고, 강 대표는 나머지 이사 후보에 대한 주주 제안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강 회장과 강 대표는 이날 한미약품 사옥에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김정수 제약협회 회장, 어준선 제약협회 이사장 등 제약업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이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약업계 원로들은 "아버지와 아들 간의 표 대결만큼은 피해야 한다"며 적극 중재에 나섰다. 원로들은 강 회장에게 강 대표과 유 전 부회장 등 2명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경영에 참여시키라고 제안했다. 또 강 대표에게는 동아제약이 제안한 권성원 포천중문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인정하라고 했다. 이들 제안을 양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올해 1월 9일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의 지분을 6.27%로 늘렸다고 공시하면서 촉발된 '부자 간의 경영권 분쟁'이 2개월여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현재 동아제약 이사회는 김원배 사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주총 이후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양측이 이같이 합의한 것은 표 대결이라는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약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파국을 막기 위해 양측이 합의는 했지만 부자 간에 화해한 것은 아니다"며 "부자간뿐 아니라 이복형제 간의 신경전도 벌어져 양측의 앙금이 사라지려면 오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강 대표는 동아제약에 2년여 만에 복귀하게 됐다. 강 대표는 동아제약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던 2004년 말 '제품 판매 부진'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그는 동아제약 영업본부장과 동아오츠카 대표를 맡고 있는 이복동생 강정석 전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내부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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