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나루 6백년 애환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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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도권의 한강변에 남아있던 마지막 나루터-.
경기도여주군김사면리포리 이포나루가 19일 이포대교 개통과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김사면리포리∼대신면천서리간을 가르는 폭3백여m의 한강을 잇는 이나루는 서울마포나루·광나루·여주조포나루등 한강변4대나루중의 하나로 여주·이천·양평주민들과 한양을 드나드는 경상도·강원도주민들의 길목으로 큰몫을 해왔다.
40∼50년까지만 해도 강원도 영월의 장작수송을 비롯, 식량등 농산물등은 이나루터를 통해 서울 뚝섬·마포등지로 운반했었다.
이곳에 나루터가 생긴것은 6백여년전인 고려말.
『조선초기 삼초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길에 올랐던 단종도 이포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 한양을 떠나는 아픔을 씹었다는 기록도 전해 내려오지요.』
5대째 이강나루에서 살고있다는 김사면 노인회장 송희준씨(77)는 『황포돛대를 단 목선이 석양빛을 받으며 오락가락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이포나루에서 황포돛을 단 목선이 자취를 감추게된 것은 67년 여주벌판에서 실시된 한미합동군사훈련 「포커스 레티나」작전이 끝나고 귀국하는 미군들이 철선1척을 여주군에 기증하면서부터.
여주군은 「포커스 레티나호」란 이름으로 이철선을 직영해오다 민간에 운영권을 이관했으며 주민 장태봉씨(52·이포리185)가 이를 매입, 10여년째 하루평균 2백여대의 차량과 30∼40명의 길손을 실어날랐다. 『급한 환자가 생기면 한겨울 새벽에도 배를 띄웠고 배삯이 없는 길손은 무료로 대워주기도 했지요.』
이포나루의 마지막 사공인 장씨는 나루터가 사라지는것을 아쉬워했다. 사업비 64억2천7백만원을 들여 87년11월 착공, 4년만에 완공된 이포대교(길이 7백97m, 너비12m규모). 이대교가 19일 개통됨에 따라 여주·양평·이천등 경기동북부지역의 교통소통이 한결 원활해질 전망이다.<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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