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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91 의학계(상)|내국인간 에이즈감염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91년 국내의료계는 학문적측면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드문 반면, 보험재정의 적자,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고조, 콜레라 파동등 의학외적 문제점들이 많은해였다.
또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는 지난해가「국내유입기」였다면 올해는「국내 정착기」라 할만큼 내국인간 감염이 급속도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의료선진국 진입을 위해 거쳐야할 난관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91년 의료계를 상·하반기로 나눠 결산한다.
◇에이즈감염 헌혈사고=지난해 말 에이즈에 걸린 동성연애자의 피를 수혈한 40대 가정주부가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판정돼 올 상반기 한때 수혈은 물론 헌혈까지 기피하는 풍조가 뚜렷했다. 이 때문에 적십자 중앙혈액원은 각종 병원에서 수술시 요구되는 혈액수요의 절반도 못채우는 실정이었다. 이어 6월 중순에는 국민학생 l명과 고교생 1명이 역시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되는 불행이 재연돼 수혈시 에이즈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느냐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현대과학으로도 아직은 헌혈 즉시 에이즈감염 여부를 판정할수 없는 상태다. 이밖에 의학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가짜 「에이즈복수극」이 여성지에 게재돼 파문을 일으켰다.
◇제4세대 항생제=럭키정밀화학연구소 김용주박사팀이 여러 종류의 병원균에 항균력이 있는 제4세대 항생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항생제는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가 럭키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현재 실용화를 추진 중이다.
95년 중반쯤 실용화 여부가 판명될 이 항생제는 임상실험에 성공한다면 페니실린이후 최대의「항생제혁명」이라 불릴만큼 수작의 연구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제4세대 항생제 개발은 올 국내의학계의 체면을 세워준 거의 유일한 성과다.
◇장기 이식운동=1월22일 김준곤목사(한국대 학생선교회대표)를 회장으로 한「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창립돼 올 한해만도 30여쌍의 신장기증자·수혜자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장을 팔고 사는 조직들이 계속 설쳐대 뇌사인정등 법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만 장기기증운동이 정착될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장기이식술은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신장을 비롯, 간·폐등을 모두 이식할수 있는 기술적 토대는 마련됐으나 사회적 분위기 형성등이 미미한 상태다.
◇의료분쟁 조정법=날로 늘어나는 의료사고에 대비, 환자측 의사측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올해초 대한의학협회등이 법제정을 국회에 청원했다.
그러나 의료분쟁조정법은 ▲재원조달을 위한 갹출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만큼씩 걷느냐 ▲의료분쟁 중재위원회의 인적구성이 의사측에만 유리하다(소비자단체등의 주장) ▲일반사고의 처리와 법적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현재까지 성사되지 않고있다.
◇기타=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보사부가 이 약품의 약국조제투약기간을 연장하려다 소비자단체·관련의사단체등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시켰다.
또 최근 힘든 일·더러운 일등을 기피하는 노동계의 풍조가 의사세계에도 번져 의과대학생들의 전문과목 선호형태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외과·산부인과등 상대적으로 힘든 과목을 기피하고 이비인후과·피부과·안과등 비교적 수월하게 진료활동을 할수있는 과목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편 올해는 의학계에서도 북방교류가 본격화된 시기로, 지난 4월 대한의학협회의 초청으로 소련의학협회회장단등이 한국에 와 양국의 학술교류·공동연구등에 합의했다. <김창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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