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문단엔 민족주의문학운동 일고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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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0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의 문학평론은 정치평론과 비슷했습니다. 당의 지침에 따라 작품이 쓰여졌고 평론은 그러한 작품들이 올바른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나를 따지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방화 이후의 작품이나 평론은 집단적 이념이 아니라 개성을 쫓고 있습니다.』
중국 연변문학평론가 조일남씨(35)가 고국을 방문했다.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최고 문학·예술아카데미라 할수 있는 연변사회과학원 문학예술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조씨는 연변동포문단, 특히 최근 소설의 흐름을 살핀「산재마을과 현재 우리문학의 사정」, 개방화이후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급속히 번지고 있는 심리주의문학의 잘잘못을 가려고 있는 「프로이트의 오산」등 주목할만한 평론을 잇따라 발표, 연변에서는 젊은 문단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다.
조씨에 따르면 개방화와 함께 서구의 문예사조가 급속히 들어와 휩쓸었으나 천안문사태이후 그러한 분방한 자유정신·실험등이 정리되고 현재는 기존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서구의 문예사조를 어떻게 결합, 문학의 사회적 기능과 함께 다양화를 꾀하느냐가 중국문단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특히 4백여 문인이 활동하고 있는 중국동포문단에는 중국12억인구중 2백만명인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민족주의문학운동이 일고있다고 조씨는 설명한다.
『백두산 가는 길목으로 남한동포들이 연변에 많이 찾아와 동포사회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나이트클럽·카페·무도강등 봉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과 서민층 사이의 갈등도 낳는등 부정적인 요소도 있으나 조선족으로서의 민족성을 일깨우는등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연변조선족사회에도 중국어가 많이 들어와 있으나 간판이나 일상서정생활에서의 조선어 쓰기운동을 벌이는등 중국사회에서 조선족의 존재를 분명히 하자는 기운이 새롭게 감돌고 있습니다.』
지난 9월말 남한문학의 현장과 교류방안을 모색키 위해 고국에 들른 조씨는 이달 22일 출국할 예정이다. 중국에 비하면 남한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빠르고 헤어지는 것도 빨라「빠른 사회구나」라고 느꼈다는 조씨는 빠르다는 것은 근면하다는 측면도 있으나 경박성도 있으니 한번 반성해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중국동포사회가 개방화되면서 우리민족의 허례허식등 「양반의식」을 반성하며 상품화생산을 위해 철저히 실정구시로 나가고 있으나「한탕주의」등 경박성은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조씨의 지적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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