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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리지도를 들여다 보면 시가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센강의 중간지점에 두개의 섬이 나란히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나는 시테섬이고 또하나는 생 루이섬이다.
이 시테섬에는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트 샤펠대성당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트와네트가 재판을 받고 처형의 날을 기다리던 콩시에르즈리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 시테섬이 오늘의 파리시를 낳게한 「파리의 모태」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뉴욕도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에 둘러싸인 섬 맨해턴에서 시작되었다. 16세기 네덜란드의 서인도회사가 교역의 거점으로 삼았다가 1664년 영국령이 되면서 뉴욕으로 개명,오늘의 뉴욕을 탄생시킨 것이다. 유명한 메트러폴리턴미술관과 함께 유엔 본부등 마천루군이 모두 이 섬속에 밀집돼 있다. 도시속의 섬은 이처럼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에도 섬들이 적지 않다. 여의도와 노들섬(중지도),그리고 밤섬(율도)등이 우선 떠오른다.
그 가운데 여의도는 한때 비행장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장마철만 되면 절반이상이 물에 잠기는 버려진 섬이었다.
그것을 둑을 쌓고 물길을 잡아 지금은 국회의사당과 63빌딩등이 들어선 새로운 시가지로 만들었다. 그 옆에 있는 밤섬은 철새보호지역이라해서 개발을 유보하고 있다. 남은 것은 한강대교 중간지점에 있는 노들섬이다.
60년대 초만해도 이 섬에는 전차와 버스정류장이 있어 서울시민이 한강을 찾는 몇안되는 통로의 하나였다. 특히 여름철이면 수영객들이,겨울에는 스케이트를 즐기는 청소년들이 줄을 이었다.
그 노들섬이 언제부턴가 폐허처럼 버려져 있었다. 서울시가 이 섬을 개인에게 불하하고 부터다.
어제 날짜 중앙일보를 보면 이 노들섬에 전통놀이마당과 대규모 야외공연장·조각공원·어린이놀이터등 다양한 문화공간과 위락시설을 갖춰 시민에게 공개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때마침 오는 94년은 서울천도 6백년이 되는 해라 서울시는 남산제모습찾기등 여러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 가운데 버려진 섬,노들섬을 「꿈의 섬」으로 가꾸는 계획도 포함시켰으면 한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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