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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들섬|"전통·현대가 조화된 명소로…"|문화·오락시설 갖춘 복합공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시장등 3만여평>
한강의 노들섬을 복합문화·오락공간으로 가꾸자는 의견이 제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시설은 있지만 시민생활과 가깝고도 문화적 냄새가 물씬한 큰공간을 갖지 못한 우리실정에서 서울에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전통·현대가 조화된 공간을 만들자는 청사진이다.
현재 거의 이용되지 못하고있는 한강대교아래 3만6건평 규모의 노들섬을 야외공연장·조각공원·전시관·어린이놀이터등 일반시민들이 두루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꿈의 섬」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16일 서울시에「꿈의 섬」계획을 제안한 장본인인 원로 공연평론가 박용구(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중견 건축가 장세양(공간사대표)씨는 서울이 멋진 문화공간을 갖게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두 사람은 약2개월전 서울을 문화예술 도시로 가꾸기 위한 기념비적 사업이 필요하다는데 합의, 박씨의 기본구상에 따라 장씨가 1차적인 설계도를 만들었다.
위치·면적·활용 가능성 여부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 최적지로 꼽힌 곳이 노들섬. 서울을 동서로 흐르는 한강이 북한산·관악산을 남북으로 잇는 선과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이섬은 현재 용도가 유보돼 있는 사유지다.
이들의 구상에 따르면 조선조때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가 성묘 행차를 위해 수십척의 배로뜬 다리(부교)를 놓았던 아이디어를 살려 한강대교 북쪽의 고수부지와 노들섬을 80m정도의 뜬다리로 연결한다.
자동차로 고수부지에 도착한 시민들이 걸어서 뜬다리를 건너면 황포돛대형의 야외공연장, 농군천하지대본등의 깃발이 펄럭이는 전통놀이마당, 조각품·설치 미술품들이 어우러진 조각공원, 문화예술전시관, 회전풍차형의 전망용 곤돌라 「나는거북선」등 어린이 놀이시설, 음악에 맞춰 춤추듯 물을 뿜으며 한강에 떠다니는「노래하는 분수」등과 만나는 문화공간이 펼쳐진다.
민속명절이나 각종 기념일에는 노들섬 전체를 축제무대로 활용하고 밤이면 불꽃놀이로 시민들의 눈길과 발길이 한강에 쏠리게 한다. 또 유람선 선착장도 만들어 배로 노들섬에 도착한 시민들이 각양각색의 공연·전시를 즐기며 섬을 한바퀴 돌아본뒤 떠날수 있도록 한다.

<3백억원 예산 추정>
한강 양쪽의 아파트숲이나 바라보며 밋밋한 뱃놀이를 즐기던 유람선 승객들이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체면적 3만6천1백28평, 둘레 1천6백9m에 이르는 노들섬을 이같은 서울의 명소로 탈바꿈시키는데 필요한 추정예산은 약3백24억원. 현상공모를 통해 최종설계도를 완성, 본격적으로 공사를 서두를 경우 약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장씨는 특정시기에 맞추려 지나치게 서두르는 졸속공사보다 10개년계획으로라도 주위환경과의 조화등을 최대로 고려하며 철저히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에너지를 창출하는 젖줄 한강에 세계적으로도 자랑할만한 시민문화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94년은 서울정도 6백년이기도하니 서울이 독특한 문화공간을 가질만한 시기도 되었다고 봅니다.』
박씨는 민족의 성쇠가 그 민족의 문화적 에너지에 좌우되며 정치·경제는 문화적 에너지를 여하히 활성화시키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는 측면에서도 이같은 계획은 적극 추진함직하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도시부각>
장씨도『올림픽까지 치른 국제적 거대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 및 시설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정말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한다. 63빌딩·남산탑·한강 야경·경복궁등의 사진이 서울을 소개하는데 쓰이고있으나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마천루,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세계에 자랑할만한 상징물이 아직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민들의 복지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서울의 이미지는 이상적 문화예술 및 휴식공간을 중심으로한 「아름답고 인간적인 도시」로 부각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선진국에서는 민간단체들의 제안에 따라 국가·시당국이 각종 기념비적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예가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민차원에서 제안된 건설사업이 실현된 경우가 전무한 실정. 그러나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일반시민들의 참신하고 바람직한 제안이 시의회등을 통해 적극 반영되는 풍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이번 박·장씨의 제안도 이같은 맥락에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산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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