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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박테리아 찾아내 '자원 강국'의 꿈 이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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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윤정훈(38.사진) 박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종 박테리아를 찾아내 이 부문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과학기술부 21세기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국제미생물계통분류학회(IJSEM)가 해마다 공개하는 신종 박테리아 등록 순위에서 지난해 우리나라가 107종으로 국가 순위 1위에, 윤 박사는 개인 부문 1위에 올랐다고 21일 발표했다.

윤 박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만 21종, 2005년 32종, 2004년 19종을 찾아냈다. 윤 박사 혼자서 지금까지 찾아 국제학회에 등록한 신종 박테리아는 모두 120종이다. 올 들어서도 12종을 새로 등록했다. 신종 박테리아 찾기 '도사' 라 부를 만하다.

"박테리아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항생제를 만들어 내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등 의학.산업 측면에서 유익한 박테리아가 많은데 아직 찾아 내지 못한 게 너무 많습니다."

윤 박사가 신종 박테리아를 찾는 이유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박테리아 중 발견된 것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게 미생물 학자들의 설명이다. 한 웅큼의 흙 속에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이 있을 정도니 지구상의 미생물의 수나 종류는 셀 수도 없다는 것이다.

윤씨가 최초로 신종 박테리아를 찾아낸 것은 10년 전인 199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과학과 박사과정 때다. 당시 환경오염 물질을 먹어 치우는 박테리아인 '노카르디오이데스 피리디노 리타쿠스'를 찾아내 학회에 등록했다.

그러나 그때에는 새로운 미생물을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나 연구비가 국내에 거의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생물다양성과 미생물의 자원화 바람이 불면서 정부 지원 연구비가 늘어났고, 기술도 개발됐다. 이 때를 분기점으로 국내에서 발견된 신종 박테리아 수도 많아졌다. 우리나라가 몇 년 만에 과학 선진국들을 제치고 신종 박테리아 등록 순위 상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신종 박테리아를 찾기 위해 국내 웬만한 산과 들, 섬.개펄 등은 안 가본 곳이 없단다. 2004년 독도를 갈 때는 입도 허가가 잘 나지 않고 배편까지 마땅치 않아 낚싯배를 빌려 섬에 다녀오다 목숨을 잃을뻔도 했다. 그렇게 찾은 미생물에 한글 발음을 붙인 '독도(Dokdo)'는 네이처 최근호에도 실렸다. 그가 붙인 우리말 이름을 가진 미생물은 '김치''서해''한국''동해''염전' 등 수십 가지나 된다. 그의 나라사랑 방식이다.

윤씨는 사람의 발길이 뜸한 비무장지대(DMZ) 미생물 탐사를 준비중이다. 또 새만금이 완전 매립되기 전에 유용한 미생물을 최대한 찾아내 개펄이 없어지더라도 그 속의 미생물 자원은 챙기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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