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물도 자원 확보 차원에서 생각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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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은 유엔이 정한'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11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했고, 어린이 1800만 명이 더러운 물로 인한 전염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전쟁이나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도 더 많은 셈이다. 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우리나라의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인당 1471㎥로 세계 180개국 가운데 146위다. 또 1인당 유효저수량은 276㎥로 북미 지역의 16분의 1, 중국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은 수자원 이용률을 높이려고 저수량(가두어 두고 쓰는 물)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댐 적지 부족 및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다목적댐 건설이 중단되면서 최근 10년간 저수량 확대를 위한 노력은 거의 멈춘 상태다. 건설교통부는 2011년 전국적으로 약 3억4000만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물 부족을 주로 수요를 억제해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물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싼 편에 속한다. 가정용 수돗물 값의 경우 미국은 우리 나라의 1.5배, 호주는 2배, 일본은 3배에 달한다. 그러니 수요 억제도 그다지 성공적인 편은 못 된다.

물의 이용뿐 아니라 물을 관리하는 치수(治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물 관련 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연평균 2조원에 달한다. 기상 변화의 폭이 커지고 기상 이변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 이변에 따른 대규모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수량을 늘리기 위한 다목적댐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댐은 홍수 방지뿐 아니라 갈수기 수자원 확보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치수(治水)와 이수(利水)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진 문제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 수자원은 기업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포춘지는 2000년 5월 특집에서"20세기의 석유처럼 21세기에는 물이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5년 세계 10대 다국적 물기업의 매출액은 362억 달러로 조사됐다(Global Water Intelligence). 물 관련 기업은 상하수도 서비스, 물 관련 토목.건축공사, 바닷물 염분 제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앞으로 물을 둘러싼 사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자원 확보와 그에 관련된 기술은 이제 단순히 자연재해를 대비한 위기관리 차원을 넘어 기업적인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은 수자원 확보를 놓고 개발이냐 환경보존이냐라는 양분법적 시각으로 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 물이란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쟁에서 유리한지를 따져 구체적으로 계획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