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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에 이용돼선 안될 「합의서」/이수근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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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교류에 관한 합의서」는 어느 정도 기한이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규율할 모전이다.
남북사이의 불안정한 휴전 및 냉전상태가 이 합의서로 평화체제로 대체되고 남북은 명실공히 협력·교류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그렇기에 민주당의 김대중 공동대표도 13일 서명을 맞아 『해방이후 최대의 경사』라고 감격하면서 『이번 합의를 토대로 더욱 과감한 협상을 통해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국민도 정부가 좀더 김대표의 말대로 「더욱 과감한 협상」을 북측과 해서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이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정파가 우리의 결집된 역량과 힘을 정부에 모아주어야 함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국회차원의 뒷받침인 합의서지지결의안 채택을 1월 임시국회에서 비준 또는 비준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엄격히 말해 이번 합의서는 국회가 대통령의 비준권행사에 동의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헌법60조의 동의권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뿐만 아니라 합의서는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는 72년 양독의 기본관계조약과 명백히 다른 성격임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물론 정부나 어떤 정파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결코 안되며 그럴 경우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어떤 연유에서 이 중요한 합의서처리를 1월 임시국회로 늦추자고 하는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항간의 청와대 홀대설이나 선거시기를 4월로 늦추기 위한 그 어떤 정략적 발상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면 국민정서와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여야지도자들의 속좁은 견해로 대국을 그르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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